[ET칼럼]경기불황 탈출법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어서 걱정이다. 만나는 기업인마다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이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갈 것 같으냐’고 되묻는 것은 기본이다. 궁금해서라기보다 불안하기 때문에 묻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가 혹시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산업생산은 둔화세고 소비·투자 등은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경기의 지표로 삼을 정도로 대표적 내수 업종인 서비스업 생산은 4개월째 내리막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2년 가까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도소매업은 벼랑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는다. 산업 생산은 물론 소비·투자 모두가 맥을 못 추는 양상이다. 통계를 왜곡 해석하지 않는 한 한국경제가 장기불황으로 가는 게 아닌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전선에도 최근 안개가 자욱하다. 환율 급락에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경기 하강, 선진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마냥 상승세를 유지할 것 같았던 수출 증가율이 10%대로 둔화세를 보이자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는 내년 수출 증가율이 7%대 안팎으로 떨어질 것을 경고할 정도다. 그렇다고 수출을 대신해 경기를 이끌어줄 내수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정·금리·환율 정책 모두 가동하지만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경기를 살려보겠다고 애를 써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금 우리경제를 두고 ‘백약이 무효인 상태’라고 진단했겠는가. 경제에 무슨 처방을 써도 약효가 나타나지 않으면 총체적 무기력 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우리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선진국 진입은커녕 현재의 자리도 지키지 못한 채 뒤로 처질 가능성이 높다. 벌써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심상치 않다. 내년 우리 경제성장이 3%대에 머물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있다. 소비가 최악이고 달러화 약세, 원자재값 상승 같은 악재만 줄줄이 있어 그런 예측을 할 만도 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이제는 경기가 언제 살아나느냐, 불황지속이냐의 논쟁도 무의미한 듯하다.

 사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이룬 선진국들도 장기불황을 겪었다. 미국은 80년대에, 일본은 90년대에 10년 불황을 거쳤다. 우리나라라고 피해가라는 법은 없다. 항상 위험성은 도사리고 있다. 우리 경제가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은 2001년이다. 불황의 수렁으로 빠진 것은 작년이다. 선진국의 경우를 고려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길게는 10년인 2013년까지 갈 수 있고 짧게는 3년인 내년으로 끝날 수 있다. 그것은 이 지경으로 몰리기까지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린 후 강력히 밀고 나가면 분명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IT뉴딜인 디지털 국력 강화도 민·관이 합심해 추진할 때 경제 불황 기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제성장이 이뤄지려면 내수와 투자, 수출이 모두 잘 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 성장 기여도를 보면 내수가 약 51%고 투자가 20%, 수출이 약 29%다. 지금처럼 수출만 잘 돼서는 경제가 잘 되는 데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만큼 지금 상황에서 정부의 과제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소비자와 기업이 돈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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