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정보보호 업계를 대표하던 인물들이 줄줄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90년대 말 정보보호 업계를 일으켰던 보안 1세대 경영자(CEO)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며 보안업계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어느 업계나 1세대가 자리를 물려주고 새로운 인물들이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 10년도 채 안 된 정보보호 업계에 1세대 CEO들이 떠나는 모습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미래산업의 정문술 회장은 자리를 떠나며 몇백억원을 KAIST에 기증해 새로운 산업분야에 종사할 인재 양성을 부탁하는 등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런 뒷모습까지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보호 업계 1세대로서 기반을 잡고 관련 산업을 꽃피워야 할 사람들이 너무 빨리 역사의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CEO들이 떠난 데 이어 보안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하나 둘 업계를 떠나고 있다. 요즘 보안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아 보는 가장 많은 e메일이 하직인사일 정도다. 개인적인 사유에서부터 표면으로 드러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 내부에는 정보보호 업계에 대한 불안이 가득 담겨 있다. 경영악화로 회사가 어려워져 임금이 밀리는 물리적인 이유가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정보보호 산업의 장래성을 밝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산 소프트웨어 중 그나마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만들고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부했던 정보보호 업계가 언제부턴가 그 자신감을 모두 상실한 듯하다. 초고속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정보보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그 필요성이 높아진 보안. 그러나 국내 관련 기업들은 성장세가 둔화하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간 해외 수출은 고사하고 국내 시장을 모두 해외 기업에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국내 보안업계는 모두 옛날을 회상하며 자신감을 상실한 채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외산 기업들의 엄청난 공세를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은 우리에게 특화된 기술력 확보와 자신감 회복이다. 정보보호업계엔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줄 CEO는 아직 필요하지 않다. 지금은 운동화끈을 조여매고 힘차게 다시 뛰어야 할 때다.
컴퓨터산업부=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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