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하이닉스 특허침해 제소 왜?

플래시메모리 시장 진출에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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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상대로 낸드 플래시메모리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하이닉스가 정면대응 방침을 천명,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시바의 이번 특허소송은 낸드 플래시메모리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하이닉스를 견제함으로써, 이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배경=도시바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부문에서 삼성에 이어 세계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이닉스는 4∼5위 정도에 랭크돼 있다.

 도시바가 하이닉스 본사 및 미국법인과 미국 현지 대리점 2곳을 상대로 텍사스주 댈러스 연방지방법원에도 특허침해소송을 내기로 한 것은 HP·델 등 주요 PC업체들이 포진, 반도체 수요가 매우 큰 미국 시장내 소송을 통해 ‘대표성’을 얻어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플래시메모리 관련 특허 4건 외에 D램 관련 특허 3건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도시바의 법적 대응이 잇따른 흑자 기록으로 하이닉스의 재기도약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것에 주목, 하이닉스의 성장에 발목을 잡기 위한 ‘딴죽걸기’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소송 제기를 통해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한 측면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전망=하이닉스반도체의 올해 전체 매출 목표에서 낸드형 플래시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 하이닉스반도체가 3분기까지 약 4조600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를 6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플래시메모리의 올해 매출은 4000억원 미만이 예상된다. 하이닉스는 해외법인 포함기준으로 3분기 누계 1조515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특허소송이 하이닉스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메릴린치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만약 하이닉스가 특허 관련 로열티를 지급한다 해도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특히 낸드형 플래시메모리 제조과정이 D램과 비슷하고, 하이닉스는 이미 고집적 메모리칩을 자체기술로 개발해 이번 소송으로 인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특허분쟁이 자칫 하이닉스 부활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하이닉스로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다 미국내 D램소송 특허로까지 확산될 경우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올 3분기를 기준으로 플래시메모리 부문은 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약 7%를 차지하고 있어 D램(75%), 비메모리(17%) 등에 비하면 비중이 낮지만 MP3, 디지털카메라, 휴대폰 등 휴대형 저장장치 시장이 각광을 받으면서 이분야 매출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낸드 플래시메모리는 비메모리를 매각한 하이닉스가 D램 사업의 매출 변동성을 보완해줄 전략적 사업단위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플래시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올해는 세계시장 점유율 4%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이번 도시바의 특허침해 소송이 하이닉스 플래시메모리 사업전략에 영향을 줄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이닉스는 현재 256Mb와 512Mb 제품을 양산하고 있으며, 연내에 1Gb 제품도 양산에 들어간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