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T `3000만세대 광통신화` 발표 속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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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T가 일본내 유선전화 3000만 세대를 대상으로 광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혀 일본은 물론 전세계 통신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 5조엔(약 5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할 예정이다.

NTT는 이같은 보도 내용이 나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 계획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검토되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NTT는 이 계획을 통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일본 통신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지만 일본내 경쟁사들은 NTT의 시장 독점에 따른 폐해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광통신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NTT의 야심 △ 공정한 경쟁 조건을 어떻게 정비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일본 정부의 향후 대책 △ 최첨단 통신 인프라를 통한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 기대감 등으로 세계 통신업계의 시선은 온통 NTT에 쏠리고 있다.

◇2010년, 광통신망 3000만 세대 시대로=NTT는 차세대 통신망 정비의 제1단계로서 9월말 현재 120만건에 그치고 있는 광통신회선 가입자를 오는 2010년까지 3000만건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통신망 설비를 쇄신하고 망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일 예정이다. 또 전 회선의 IP화 방안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통신망의 전 IP화가 실현된다면 교환기를 사용하는 기존 전화망 대신 저가의 라우터를 사용하는 인프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지난 9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브로드밴드통신 이용 인구는 미국이 2715만명으로 1위였다. 일본은 1491만명으로 2위, 이어 한국이 1117만명으로 3위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유선TV, 한국은 비대칭디지털가입자선(ADSL)이 주류다. 광통신 설비의 설치면에선 단연 일본이 앞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NTT가 광통신망 설비를 확대 설치하는 것은 기존 유선전화사업에서 신규 사업자인 소프트뱅크가 저가 경쟁을 일으키는 등 격화되는 시장 상황에서 경쟁 구도 자체를 바꾸기 위한 노림수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KDDI, 소프트뱅크 등 신덴덴(新電電)측도 광통신시대의 경쟁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NTT의 고민=NTT는 현재 가입자의 집까지 부설한 광통신 회선을 타사의 요구에 따라 빌려줄 의무가 있다. 요금은 향후 7년간 원가의 평균치를 토대로 산출, 당분간은 빌리는 쪽에 유리하게 책정된다. 이에 대해 NTT는 “이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5조엔이라는 막대한 투자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 계획이 공개되자마자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하면서 한편으로는 총무성 등에게 규제철폐를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회선을 빌려주는 일은 계속하겠지만 대여료의 결정은 NTT가 자유롭게 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과제=일본 정부로서도 고민이 이만 저만 아니다. 세계 최초 전 가구 대상으로 광통신망 시대를 열겠다는 NTT의 계획을 내심 지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 촉진에 의한 이용자 서비스의 향상을 외치면서 지난 85년 ‘통신 자유화’를 단행한 정부로서는 이번 NTT 처럼 광통신망을 스스로 부설하는 사업자에게 투자 회수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과 이 회선을 이용하는 신덴덴 각 사가 NTT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풀어야만 한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