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업계 `부익부 빈익빈` 심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폐업 및 등록취소 PP 장르 현황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록제 실시(2001년) 이후 총 95개 채널이 폐업 및 등록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1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낸 채널은 홈쇼핑을 제외한 14개 채널에 불과해 유료방송시장의 콘텐츠 시장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다채널로 인한 방송 콘텐츠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케이블TV 상용화를 앞두고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적 우수성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PP업계 현황=방송위원회가 최근 조사한 PP 폐업 현황과 등록 취소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1년 3월 PP 등록제 실시이후 총 74개 법인의 92개 채널이 폐업했으며, 3개 법인의 3개 채널이 등록 최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수익성 부재와 사업 부진으로 인한 경영악화 △채널권을 확보하지 못한 방송 미송출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자진 폐업 등이 이유였다. 또한 대다수 채널이 교육·정보·다큐멘터리·장애인 관련 교양 장르였다.

 지난해 1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낸 채널은 홈쇼핑을 제외한 14개에 불과하고 그 중 7개 채널이 대기업이나 지상파방송사 계열의 복수PP(MPP) 계열의 채널이었으며, 5개 채널이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 오락 장르였다.

 ◇부익부 빈익빈=PP업계의 이 같은 불균형은 등록제 실시 이후 갈수록 심화했다. 등록제로 인해 PP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으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위성방송 등의 플랫폼 사업자가 송출할 채널 수가 한정됐기 때문이다. 또한 SO들이 PP에게 수신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PP들은 적은 수신료와 열악한 방송광고 수익 탓으로 질 높은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 이 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그나마 재정이 튼튼한 대기업과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을 대다수 편성하는 지상파방송사 계열의 MPP들만이 채널을 독점하고 흑자를 내는 불균형 시장이 형성됐다.

 심상민 호서대 교수는 “PP에 대한 SO의 수신료 배분이 저조하고, PP의 광고수입 부족이 PP의 프로그램 제작 및 구입비 부족으로 이어져 시청자들이 이를 외면하는 악순환 고리가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케이블TV의 콘텐츠 부족=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진다. 물론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해져 주문형비디오(VOD)와 각종 부가 서비스도 다양해지지만, 무엇보다 방송 채널이 크게 늘어나는 게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하지만 몇몇 대기업과 지상파방송사 계열의 MPP가 독식하는 PP시장의 불균형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가입자를 이동시킬 흡입력을 담보할 수 없다.

 다양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의 부족으로 소비자에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설득할 수 없고, 소비자의 외면은 SO의 수익성 부재로 이어져 또다시 PP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또 SO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방송위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방안이 필요하다”며, “그 정책방안의 근본은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과 우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는 PP 활성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O가 PP와 같이 간다는 동반자 의식 제고 △유사PP의 통폐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 △HD프로그램을 포함한 차별화한 콘텐츠 제작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