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기업도 이젠 뭉쳐야 한다.”
일본의 3대 LCD업체들이 LCD공동 생산을 선언함에 따라 한국·일본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 LCD업체들간에 구조조정 필요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은 지난달 31일, 히타치, 도시바, 마쓰시타가 LCD 패널을 공동으로 생산하기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일본의 12개 업체들과도 200억 달러 규모의 LCD공장 설립 계획을 선언했다는 사례를 들어 대만 LCD업체들의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은 비록 LCD 생산업체들 중에서 가장 늦게 출발했지만 올해 생산물량 면에서 선두주자인 한국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제 대만의 현안 과제는 규모의 경제 실현 여부다. 대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AU옵트로닉스 조차 한국의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AU옵트로닉스가 세계 시장을 12% 점유하고 있지만 한국의 두 회사는 각각 세계 시장의 22%씩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메릴린치 서울사무소의 애널리스트인 대니얼 김은 “대만 기업들은 한국의 두 기업과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합병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시기와 방법의 문제만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만은 사실 이미 이 분야에서 몇 번의 합병 경험을 갖고 있다. AU는 2001년 에이서 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와 유니팩 옵트로닉스의 합병을 통해 설립됐다. 이같은 관점에서 큰 기업 보다는 콴타 디스플레이, 한스타 디스플레이 등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기업들간 합병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올해 상장된 탑폴리 옵토일렉트로닉스와 이놀룩스 디스플레이 등도 합병 대상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압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만 업체들은 자금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로 대만업체들은 주가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 LCD 주문이 올해안에 회복할 것이라는 뉴스에 힘입어 이들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1일 종가 기준으로, AU옵트로닉스는 3.2%가 상승한 45.10 대만달러(미화 1달러 33센트), 2위업체인 치메이 옵토일렉트로닉스는 거의 5%나 상승한 45.20 대만달러를 기록했다. 청화 픽처 튜브는 7%(15.80 대만달러), 한스타는 5.5%(13.40 대만달러) 상승했다.
하지만 대만 LCD제조업체들은 몇 가지 난관을 극복해야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자금 확보에는 일부 성공적이이지만 막대한 공장건립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새로운 LCD공장 건립에는 10억∼25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 대만 CLSA의 애널리스트인 팀 첸은 “합병은 장기적으로 항상 가능하다”며 “대규모의 투자만이 빅 메이커들과의 경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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