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전파자/ 에드 켈러·존 베리 지음/ 김종식 옮김/ 세종서적 펴냄
“당신의 영향력 전략은 무엇인가?”
‘입소문 전파자’는 ‘정보를 수집, 공유하고 그것을 네트워크에 전파하는 드러나지 않은 실체’다. ‘영향력 주도층’으로도 불리는 이들은 수적으로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지만 입소문을 통해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종서적이 펴낸 ‘입소문 전파자’는 세계적인 마케팅 컨설팅 회사 로퍼ASW의 CEO와 수석책임자가 수십년 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국 사회의 ‘영향력 주도층’이 누구인지, 그들이 일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방대한 통계자료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 불만센터에 전화가 걸려오면 그가 곧 ‘입소문 전파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보호기관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하는 이들을 연구한 결과, 절반이 ‘영향력 주도층’이었다. 불만을 느낄 때 침묵하지 않고 앞장서는 ‘입소문 전파자’들은 잠재고객의 불만이라는 큰 문제를 대변한다.
불평을 늘어놓는 ‘입소문 전파자’는 고객 불만과 관련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은 “시간을 들여 불평하는 1명의 ‘입소문 전파자’ 외에도 다른 9명이 똑같은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맑은 창이 될 것’이라는 발언에는 ‘영향력 주도층’을 바라보는 저자의 생각이 잘 담겨 있다. 그들은 대다수 사람들이 2∼5년 내에 따르게 될 그 무엇을 미리 보여준다. 그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 그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추구하는 행동, 흥미를 자아내는 제품 등은 광범위한 문화에 나타날 선행지표다.
미국의 ‘영향력 주도층’은 조깅 붐이 시작되던 70년대 중반 아스팔트 거리를 매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그 열기가 전국을 휩쓸던 80년대 초에는 싫증을 내고 오히려 다른 운동에 눈을 돌렸다. 전국의 수많은 조깅 동호인들은 그 후로도 몇년 동안 열기가 식지 않았다.
‘영향력 주도층’은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직에서 사임한 74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국가 기강을 걱정한 일반인과는 달리 헌정을 뒤흔드는 위기가 닥친다 해도 국가가 버틸 수 있다고 믿었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마주한 대한민국 ‘영향력 주도층’의 예측 또한 비슷했다. 이들은 탄핵안 가결 이후의 혼란 속에서도 적극적인 ‘입소문 전파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모두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릴 때에도 차분히 이후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한국 사회의 건강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인태 서울디지털대 부총장은 지난 4·15 총선 이후, 한나라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한 특강에서 “왜 한 줌도 안되는 노사모들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침묵하는 다수는 이제 영향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한나라당의 디지털 정당으로의 환골탈태를 촉구하기도 했다.
노사모 회원은 5만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네트워크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5만명의 제곱인 25만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사모의 활동상은 영향력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정보를 수집, 공유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네트워크에 전파해서 ‘영향력의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이 책은 △영향력 주도층의 프로필과 그들을 규정짓는 자질, 그리고 그들의 성격 △영향력 주도층이 아이디어를 얻고 퍼뜨리는 ‘영향력 연쇄 반응’의 특수한 메커니즘 △그들을 통해 예측하는 ‘7가지 미래 트렌드’ △영향력 주도층과 접촉하고 그들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6가지 전략’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케팅 실무 현장에서의 타깃 설정을 위한 훌륭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사회와 문화가 어떻게 기능 하는지를 알려줌으로써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진지한 통찰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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