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장비 인증 주체 자리를 놓고 힘 겨루기 양상을 보이던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Klabs: Korea Digital Cable Laboratoties)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이 최근 역할 분담에 합의, 향후 상호 보안적인 협력 관계를 맺기로 했다.
Klabs의 이대룡 선임연구원은 5일 “디지털셋톱박스 등 디지털방송장비의 대당 인증을 Klabs측이 맡기로 TTA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TTA측은 “디지털방송장비 인증 센터와 서버 구축을 Klabs가 담당하고 TTA는 장비에 대한 시험·인증을 맡는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Klabs측이 주장해온 ‘사업자들로 구성된 민간기관이 셋톱박스 및 케이블카드 인증시스템(Root-CA)를 구축해 운영해야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다음달께 개정안이 나올 TTA 단체표준인 ‘디지털유선방송 송수신 정합 표준’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 조기 종식 ‘성과’=올 3∼4월까지만 해도 TTA와 Klabs간 골은 깊었다. 당시 Klabs측은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이 모인 민간단체인 Klabs가 디지털방송장비 최종 인증 권한을 가져야한다”며 “정통부가 우리를 인증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독자 인증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경했다. TTA측 역시 “디지털 케이블 방송 장비와 관련, 시험 인증을 TTA가 해왔으며 시험인증용 전자인증 발급 시스템 구축도 끝난 상태”라며 반발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논란이 지속될 경우 케이블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정통부는 외국 사례를 검토하는 등 상황 파악에 나서 ‘케이블방송사업자간 인증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하되, 이를 공신력있는 기관이 해야한다’는 원칙을 정리했다. 또한 ‘TTA 단체 표준에서 정통부 장관이 인증 기관을 지정한다는 조항을 빼고 민간 자율에 맡겨야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의 불씨를 제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칫 지리한 논쟁으로 이어질 문제를 조기에 종식시켜 TTA나 Klabs 양쪽 모두 명확한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게 된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역할 분담=Klabs는 다음주 한국정보인증(KICA)측과 위탁대행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인증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Klabs측은 시스템 구축을 마친후 시장에 나오는 모든 디지털셋톱에 대한 인증 및 관리를 맡게 된다. 즉, 사람으로 치자면 개인인증을 통해 인터넷에서 은행 업무를 보는 것처럼, 디지털셋톱을 장비인증을 통해 합법적인 셋톱만 유료콘텐츠를 유통하도록 하는 셈.
TTA는 신규 디지털방송장비가 나올때마다 이를 국내 표준안 항목에 맞춰 인증하는 시험·표준 인증을 맡는다. 또한 디패스트 라이선스를 가지고 장비별 ID를 부여하는 역할도 TTA가 추진한다. 향후 t커머스 등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대두될 경우를 대비한 기술적 준비도 TTA가 진행한다.
Klabs측은 “다음달에 최종 운영환경 시험 및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원할한 서비스를 위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정통부, 학계 등을 아우르는 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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