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통신시장의 독점을 타파하고 해외 사업자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기조로 하는 자국 최초의 통신법 초안을 완성했다고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이 20일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통신시장이지만 일부 국영업체의 시장독점 때문에 상호접속기준이나 접속비용 등이 체계화돼 있지 않아 신규 사업자들이 진입하기 매우 어려운 시장으로 악명이 높다. 중국정부는 지난 90년대부터 선진국 통신시장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포괄적인 통신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중국 통신시장의 기본틀은 지금까지도 정식 법률보다 구속력이 약한 ‘통신조례’에 의존하고 있어 덩치 큰 국영회사가 지방 통신기업에 대해 공공연히 통화접속을 거부하는 등 불공정한 시장경쟁이 만연한 상황이다.
중국 신식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통신법 초안이 마무리돼 다음달 중국 국가위원회에 제출되며 늦어도 내년 중에 입법부를 통과, 시행될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통신법 심의위원인 차이나 대학의 왕 웨이 구오 교수는 “새 통신법의 핵심은 독점을 타파하고 경쟁구도를 강화하는 것”이며 “특히 중국에 진출한 외국 통신기업들에게는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새 통신법은 지난해 중국의 WTO가입에 따라 중국 통신시장을 외국자본과 기업에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한다는 전제로 제정된다.
따라서 경쟁사와 통화접속을 거부하는 통신회사는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되며 유무선 통신요금도 정부통제에서 벗어나 점차 시장원리에 맡겨질 전망이다. 또 모든 통신사업자는 저소득층에 기본적인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지게 된다. 중국정부의 통신법 제정에 대해 시스코와 모토로라 같은 외국계 기업들은 보다 예측 가능한 시장환경과 신규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며 적극 환영하는 모습이다. 또 거대 국영통신기업의 횡포에 시달려온 중국의 지방 통신회사들도 이제야 공정한 경쟁의 틀을 갖게 됐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한 미국계 통신 전문가는 “비록 중국당국의 통신법제정이 미국과 같은 수준의 시장경쟁을 보장하진 않겠지만 외국 기업들에게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진보”라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가장 큰 두 개 통신회사의 시장점유율은 도합 70%에 달하지만 가장 작은 두 회사의 점유율은 1.1%에 불과해 독과점 양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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