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가 윈도 중심의 PC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포스트PC 즉, 임베디드 시스템 시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에서도 포스트PC 및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IT신성장 동력 산업의 하나로 지정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추진중이다.
◇임베디드 시스템=‘운용체계(OS) 기반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포스트PC인 임베디드 시스템의 경우 약 36% 정도는 OS가 없는(OS-less) 시스템이다. 이들 중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MCU) 기반의 시스템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러한 잘못된 인식 및 정보 부족으로 시스템 개발시 비효율적인 방법을 채택해 개발 자원 낭비 및 시스템 재설계, 제품 단가 상승 등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례를 들어보자. 기존 8비트 검침 장치에 인터넷 연결을 통한 원격검침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8비트 MCU를 32비트 MCU로 교체하고 메모리를 늘리고, 여기에 OS를 탑재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재설계하면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인터넷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OS를 써야 한다는 잘못된 통념 때문이다. 이 경우 OS없는 하드웨어 솔루션을 사용하면, 기존 8비트 MCU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쉽게 인터넷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또 OS기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솔루션의 경우 MCU가 주요 기능과 실시간 OS 처리 및 인터넷 기능을 위한 TCP/IP 프로토콜 절차를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에 실시간 멀티미디어 응용에선 기대하는 만큼 성능을 내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OS없는 하드웨어 솔루션을 사용해 MCU가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주기능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MCU Offload’의 새로운 경향으로 OS없는 하드웨어 솔루션이 인정받고 있다.
이와 함께 OS기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경우 아직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애플리케이션별, 업체별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더 아쉬운 점은 대부분이 외산 솔루션이라는 점이다. 비싼 로열티 지불로 인한 외화낭비, 제품의 원가상승, 사용 OS에 의존적인 기술 및 제품 개발이 이루어지게 돼 개발능력의 잠식 등 다양한 위험요소가 산재한다. 일부는 소스가 공개되어 있는 임베디드 리눅스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특허 및 지적재산권 문제와 상용솔루션이 아니다 보니 지속적인 기술지원 등이 미흡하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
이러한 연유로 정부차원에서 국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표준을 개발, 보급하기 위해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큰 그림에 비해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이른 실정이다. 이렇게 개발된 솔루션이 과연 세계 시장에서 기존 외산 솔루션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정부의 시책을 보면, 향후 거의 모든 시스템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작 이러한 전망으로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은 국산 OS없는 하드웨어 솔루션이 국내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시장은 분명 32비트 이상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OS기반의 하이엔드 임베디드 시스템과 8비트, 16비트 및 OS없는 로엔드 임베디드 시스템으로 양분돼 있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아날로그 기술을 대체할 수 없듯이 모든 시스템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IT신성장동력산업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정책의 취지는 국산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표준을 만들어 외산 솔루션에 의존적인 국내의 낙후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을 기르고자 하는 것이다. 향후 모든 시스템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시스템으로 발전한다는 편협한 시각을 갖도록 유도하거나, 경쟁력 있는 OS없는 하드웨어 국산 솔루션이 업체로부터 외면당해 결국 외산 솔루션으로 재탄생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OS기반 솔루션과 OS없는 하드웨어 솔루션의 상생관계에서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 있는 솔루션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고, 급변하는 세계 정보통신 산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와 관련업계를 주도하는 분들의 균형감 있는 올바른 시각이 요구된다.
◆위즈네트 추광재 연구소장 공학박사 kjchoo@wiz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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