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시장 신·구제품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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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일본의 반도체 시장에서는 여러 세대의 제품이 공존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신제품이 나오면 구제품은 제자리를 물려주고 떠나게 되는 일반적인 제품의 세대 교체 관점으로는 다소 기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메모리 제품에서 극명한데, 종전의 주된 용도 분야인 PC에서 뿐 아니라 최근 몇 년 급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가전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로 처리속도나 용량이 다른 여러 품종이 뒤섞이게 되고 관련업체로는 각 제품의 수급을 파악하기가 까다로워지고 있다.

PC용 주변기기 업체인 일본 버팔로는 이같은 최근의 시장 변화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PC용 메인보드 제작에만 주력했던 2년 전만 해도 PC용 D램 1품종에만 신경을 쓰면 됐고 반도체 제조업체와 구매 상담을 벌일 때는 개수와 그에 따른 가격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프린터용과 네트워크 제품용 등 취급 품목이 늘어난 지금은 사용하는 D램 품종이 다양해져 구매에 훨씬 애로를 먹고 있다.

D램은 최신 PC용 DDR형, 구형 PC의 추가 메모리용으로 구세대 제품인 싱크로너스형, 디지털가전에 사용되는 싱크로너스형 등으로 크게 나뉘는데 같은 세대에서도 또 다시 처리속도와 용량에 따라 나뉘기 때문에 품종이 아주 다양하다.

그동안 D램은 PC 성능 향상에 따라 세대교체를 해 왔다. 수요가 줄고 제조업체의 채산 한계를 밑돌면 여지없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디지털가전의 성장에 힘입어 구세대 제품도 시장에서 장수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나 DVD레코더 등은 구세대 제품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D램의 용도 확대는 시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초 싱크로너스형의 도매가는 개당 5.8달러로 DDR보다 2달러 높았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라인에서 복수의 품종을 생산하는 반도체 제조업체는 마진 폭이 큰 싱크로너스형의 생산 비율을 높이고는 있지만 그래도 가격 변화는 거의 없다. 디지털가전용 수요가 그 만큼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 소프트웨어(SW)를 저장하는데 사용하는 노어(NOR)형 플래시메모리도 상황은 D램과 비슷하다. 휴대폰용 대용량 제품, 디지털가전용 중용량품, PC 주변기기용 소용량품 등으로 품종이 나뉘는데 지금 3세대가 동거하고 있다.

최근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PC에 좌우돼 왔다. 그러나 디지털가전의 등장으로 품종과 용도가 한층 복잡해지는 또 다른 상황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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