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M 휴대폰업체 너무 많다

중견·중소업체 묻지마 진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올해 주요 휴대폰업체 GSM 휴대폰 예상 공급 규모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유럽형 이동전화(GSM)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과당 경쟁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불과 2∼3년전만해도 삼성전자, 맥슨텔레콤 등 GSM 휴대폰 업체들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업체들까지 GSM 휴대폰 시장에 진출, 일부 지역에서는 출혈 경쟁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중국 CDMA 시장에서처럼 국내 업체들이 GSM 휴대폰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면 대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업체들은 생존마저 위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 CDMA 시장에서 과당 경쟁으로 대부분 업체들이 큰 손해를 봤다.

 ◇너도나도 GSM 시장 진출=현재 국내에서 GSM 휴대폰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는 줄잡아 50여곳. 휴대폰업체라고 간판을 내 건 업체는 대부분 GSM 휴대폰 사업을 진행중이다. 외견상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일변도에서 GSM으로 사업의 다각화에 성공했다. 올해 GSM 공급량도 CDMA 공급량을 훌쩍 뛰어 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반이 허약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 업체들이 외국계 GSM 휴대폰 모듈 전문업체에 의존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모듈업체는 완제품까지도 만들어준다. 상당수 국내 GSM 휴대폰업체들은 기술 축적을 하지 못하고 단순 조립만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들 제품은 대부분 홍콩 등의 유통업체를 통해 저가로 중국 등에 공급돼 국내 GSM 휴대폰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CDMA 휴대폰 시장에서 국내 업체간 벌였던 출혈 경쟁이 GSM 휴대폰 시장에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는 게 없다=업체들이 난립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국내 휴대폰업계의 수익이 크게 떨어진다. CDMA 휴대폰은 그나마 ‘종주국’ 프리미엄이라도 있었지만, GSM 휴대폰은 별로 내세울 게 없다. 지난해 GSM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중견업체의 관계자는 “메이저업체들이 즐비한 GSM 휴대폰 시장에서 브랜드와 판매망 없이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GSM 휴대폰이 CDMA 휴대폰보다 수익이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시장 개척도 어렵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대기업들조차도 특정 시장에 머물러 있다. 로열티도 문제다. 대기업들은 매년 수익의 일부분을 GSM 로열티 충당금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일단 팔고 보자 식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GSM 로열티가 CDMA보다 더 높을 것”이라며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GSM 로열티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업자 잡고, 메이저 시장 진출해야=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휴대폰업계가 GSM 휴대폰 시장 진출 초기에 해외 유력 사업자와 유럽 등 메이저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LG전자, 팬택계열, 맥슨텔레콤 등 주요 GSM 휴대폰업체들이 유럽의 사업자들과 손잡고 유럽 시장에 진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지만, 상당수 업체들은 아직 메이저 시장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이성규 팬택 사장은 “GSM 휴대폰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GSM의 고장인 유럽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며 “국내 휴대폰업계가 메이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중국 등 특정 시장을 놓고 과당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