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분야의 대표적인 박람회인 ‘세빗(Cebit) 2004’가 지난 25일 새벽 막을 내렸다.
35만5000㎡의 초대형 전시공간을 전세계 64개국의 6411개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가득 메웠으니 늘상 그래왔든 규모면에서는 물론이요, 그동안 가장 높았다던 미국 컴덱스 행사의 인기 수준을 훌쩍 뛰어 넘은 느낌이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해에 비해 행사일수가 하루 줄었지만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 수는 지난해 수준(약 56만명) 보다 많은 60만명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인파가 몰리다 보니 박람회 기간 동안은 늘 호텔이 만원사례를 빚는다. 평소에 30∼50유로 수준이던 방값도 10배가량 오르고 그것도 모자라 미리 예약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입장료 수입도 엄청나다. 일주일 권은 70유로(약 10만원)이고 하루 입장권은 38유로이다. 이번 박람회 입장객 수가 60만명을 넘었다니 입장 수입만 해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전시장 부스 임대료, 장치비, 박람회 출품업체와 관람객의 숙박비, 연회비 등을 감안하면 세빗은 실로 엄청난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년에 한 번 열리는 세빗이 작은 도시 하노버를 먹여 살리는 셈이다. 박람회를 찾는 바이어 한 명이 소나타 4대를 수출하는 효과를 낸다고 하니 세빗의 경제적 가치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반면 하노버(CeBIT)의 IT인프라는 보잘 것 없다. 아직까지 인터넷회선은 ISDN수준이고 별 네 개 짜리 호텔도 우리나라 장급 여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주변에 유명한 관광지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작은 도시에 세계적인 IT업체들이 참여하고 일주일간 그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이유는 뭘까.
세빗 주최 측이 매년 국가를 돌며 출품업체 유치에 나서는 것도 한 요인이겠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세빗 기간만큼은 하노버의 모든 것이 박람회장으로 통한다. 세빗 입장권만 갖고 있으면 하노버 지역의 전철이 무료다. 세빗을 위한 전용도로가 있고 세빗 개장시간에는 반대편 차선을 막아 박람회장으로 향하는 차량을 배려한다. 한국에선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경제과학부·주문정차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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