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부터 본격 도입된 인터넷은 10여년 만에 개인과 기업, 국가를 초월한 세계 속에 가장 막강한 커뮤니티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류 역사의 대변혁적인 수단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인터넷. 그 중에서도 홈페이지와 e메일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편리성을 제공해 주고 있다.
홈페이지나 e메일이 눈에 보이는 커뮤니티 매개체라고 한다면 웹호스팅은 마치 자동차의 기름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으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웹호스팅은 그 중요성에 비해 과소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영세 사업자들이 잠깐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도 가격만 싸면 아무런 문제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대부분 저가의 호스팅 정책을 사용한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가격이 저렴해지는데 소비자에게는 이익이 아니겠는가’라고 할 수 있겠으나 실제 한달에 100∼500원의 금액으로는 귀중한 자산인 데이터 백업 비용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보험 비용조차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영세 업체의 도산으로 인해 데이터 백업을 받을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귀중한 자료를 하루아침에 날려 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 제대로 산업의 모양을 갖추기 전에 과당한 경쟁으로 치닫게 돼 스스로 성장의 한계성이 만들어낸 호스팅 업계의 결과다.
이는 한때의 이익만을 바라며 성실한 서비스 제공보다는 일단 회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웹호스팅 업체의 윤리의식이 문제다. 또한 특별한 규정 없이 신고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소비자 피해 보상 규정이 없는 호스팅산업 자체의 문제점과 서비스 이용 주체인 소비자들이 품질에 비해 가격과 용량만을 생각하고 서비스 업체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시장 질서가 왜곡되고 있어 미봉책보다는 거시적 관점의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다.
기업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제살 깎기식의 저가 경쟁을 자제하고 소비자의 데이터 보호 및 관리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국웹호스팅기업협회의 웹호스팅 업체 시장 진입에 대해 허가제, 표준약관 등과 같이 적절한 해결책을 빨리 정례화해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특히 소비자의 지적 자산 보호를 위하여 협회의 보호 아래 일정 기간 내에 호스팅 업체를 재선정해 호스팅을 이전할 수 있는 기회와 자료를 백업받을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이는 도산한 웹호스팅 업체의 무책임한 서비스 중단으로 소비자의 소중한 자료를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웹호스팅 업체 및 피해 업체에 대한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타 인터넷 관련 법규는 정보통신부에서 많은 부분 정책화돼 있으나 웹호스팅 분야는 사업자 등록에서 소비자 보호까지 정례화된 법규가 거의 없다. 적극적인 자세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스스로 웹호스팅 업체를 선정할 때 가격보다는 기술력과 서비스력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웹호스팅 업체의 재무현황과 라이선스, 24시간 고객지원 창고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현재 웹호스팅 산업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가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이 시점에서 호스팅 산업을 이끌어가는 업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웹호스팅 사업은 뿌리다. 한 그루의 나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를 관리하는 것이 웹호스팅 사업자의 마음가짐이어야 하고, 어느 곳에서든지 마음 놓고 뿌리를 살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권리다. 그렇게 돼야 정상적인 시장 기능이 작동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으며,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인우 오늘과내일 대표 iwlee@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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