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소프트포럼은 작년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필자(뒷줄 오른쪽에서 첫번째)가 지난해 홍콩에서 현지 바이어들과 미팅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10위권 규모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국제적 신뢰는 낮다. 아직도 해외의 많은 투자자들은 한국을 장기 투자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한국 기업과 거래할 때는 품질 또는 경쟁력 보다는 가격을 먼저 고려하는 것 같다.
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지난 99년 소프트포럼의 모기업인 미래산업의 나스닥 진출을 계획할 때 주위에서는 실패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나스닥 진출은 한국 벤처기업의 꿈이면서도 투자자의 편견을 비롯해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비로서 가능한 것이다. 특히 국내 거래소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주식예탁증서(DR)을 할인 발행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래산업은 다행히 할인도 하지 않고 2000년 2월 1억2000만달러의 ADR을 발행하는 쾌거를 이뤘다. 돌이켜보면 주도 면밀한 분석과 각고의 노력의 결과지만 무엇보다 ‘당당함’이 성공의 비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프트포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압력을 받은 일이 있었다. 본격화된 글로벌화 전략은 해외 시장에서 크고 작은 성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두 달 전부터 해외 시장에서 판매 전략의 수정 가능성을 묻는 일이 많아졌다.
핵심은 가격 경쟁이 필요할 것 같다는 것이다. 가격을 낮춘다면 타 보안업체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고 1∼2년 사이에 비즈니스 기반을 확충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었다. 현지의 기업은 물론 지방 정부에서도 소프트포럼의 제품과 기술력에 크게 만족하면서도 가격 인하를 원한다니 황망할 뿐이었다.
소프트포럼은 가격을 낮추면서 출혈 경쟁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가격 경쟁은 모든 악순환의 시작이다. 가격을 낮추면 수익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신뢰 수준도 낮아진다. 소프트포럼이라는 개별 기업의 신뢰만 문제되지 않는다. 현재 세계 진출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한국 보안업계 전체의 이미지도 훼손된다. 한국 시장도 전근대적인 가격 경쟁으로 왜곡되는 일이 잦은데 해외에 나가서까지 그래서는 안될 일이었다.
디스카운트 불가 방침을 밝힌 후 다행히 기대했던 상황이 전개됐다. 해외 업체들이 이전보다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소프트포럼의 자부심을 인정하고 신뢰할만한 업체라는 인상을 갖게 된 모양이다. 소프트포럼은 당당한 모습을 보였고 그들은 우리의 기술력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선물한 셈이다.
최초로 인간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황우석 박사가 해외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한 경험을 술회하면서 “과학엔 국경이 없어도 과학자에겐 국가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에도 국경이 없지만 소프트포럼인들에게는 조국이 있다” 기술로 당당히 승부하는 태도야말로 애국과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이라고 믿는다.
sdkwon@softfor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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