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수출에 정부가 앞장서고 대기업들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제외한 솔루션 수출은 그리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 지난 70년대 대한민국의 가발 수출 경험에서 본다면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대기업의 의욕만으로도 벌써 효과가 나타났어야 할 텐데 한 두개 기업을 제외하고는 수출 실적이 정말 미미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에 불이 붙지 않는 이유는 제품의 독창성과 완성도가 떨어지고, 수출을 위한 준비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선진국에서 개발되어 수없이 많은 솔루션 제품이 운용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흉내낸 저가의 제품으로는 해외 수출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 가발 수출과 소프트웨어 수출은 상대 고객도 다르고 고객 반응도 질적으로 다르다.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우리 문화의 특성 때문으로 보여진다. 대충 설계를 하고 테스트가 끝나지 않은 제품을 납품해도 받아주는 고객의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 제품의 완성도는 늘 70∼80%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일본에 진입한 국내 솔루션 업체들이 2년 이상 고전하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제품의 미완성 때문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의 경우 문화적인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 제품이 그대로 팔릴 수 있지만 국내 제품의 완성도로서는 선진국 진출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해외 수출을 하겠다는 기업은 많지만 준비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우선 제품이 완성되어도 매뉴얼이 완성된 경우가 드물다. 제품 매뉴얼도 지속적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영문 매뉴얼은 물론 수출하고자 하는 현지어로 된 매뉴얼이 준비된 경우도 많지 않다.
게다가 각국의 컴퓨터 환경이 우리와 너무 다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의 특성상 한 개의 제품이 시장의 90% 이상 점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MS 윈도 사용자가 우리나라의 경우 90% 이상이라고 생각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매킨토시 사용자가 20%에 육박하고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의 경우에도 우리는 당연히 모두가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이직도 네스케이프 네비게이터를 쓰는 사용자가 많이 있다.
콘텐츠 공급자의 경우 한국에서는 MS 미디어플레이어가 시장을 거의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리얼 플레이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아직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 환경만 생각하고 MS제품 중심으로 개발된 제품을 들고 전시회에 나가는 경우 당연히 물어오는 질문은 ‘매킨토시 제품이 있느냐 ? ’, ‘내비게이터에서 사용할 수 있느냐 ?’, ‘리얼플레이어와 사용할 수 있느냐 ?’ 등이다.
솔루션 수출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솔루션 기업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러한 수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경기가 나빠지자 많은 솔루션 업체들이 저가 경쟁, 과다 경쟁이 일상화된 국내 시장을 버리고 동남아 등지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미지수다.
아무리 정부가 지원해주고 싶어도 준비되지 않은 업체들의 제품을 팔아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 더구나 국내 시장에서의 승패를 가르기 보다는 손쉬운 동남아 행을 택하거나 운 좋게 왕족을 잡아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하는 경우 정부의 지원이 오히려 기업의 실패를 촉진할 수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국내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이 마케팅 비용도 엄청나게 소요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솔루션 수출을 준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자금력과 해외 현지 네트워크가 갖추어진 대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로 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최종욱 마크애니 사장·상명대 교수 juchoi2@mark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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