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일이 터졌다. 이번에는 폭설 대란이다. 남녘의 화신이 북상하는 길목에서 벌어졌다. 수만 명이 눈 속에 갇혀 배고픔과 추위, 공포에 떨었다. 이들은 30여 시간 만에 발이 풀렸다. 100년만의 기상이변이라지만 IT강국에서 벌어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번 폭설 대란으로 잠정 피해액만 6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피해 지역을 재해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버스 떠난 뒤에 손 드는 격이다. 뒷북정책이다. 정부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빛이 바랜다. 실효성도 적다. 돈과 사람, 노력도 더 든다. 추후 예방의 기능을 하겠지만 소 잃고 외양 격 고치는 일이다.
우리는 그동안 수차례의 대형 재해. 재난을 겪었다. 피해액이 1조5처 억을 넘었던 작년 태풍 매미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태풍 루사와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인터넷 대란 등의 아픈 상처가 메모처럼 남아있다.
정부는 그때마다 비장한 모습으로 철저한 대책마련을 다짐했다. 국가 차원의 재난 방지와 관리시스템을 마련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이번 폭설 대란도 재난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했다면 대란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천재니 인재니 하는 논란도 없을 것이다.
감사원은 이번 `폭설 대란`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작했다. 이번 감사에서 지난해 태풍 매미 피해발생 후 마련한 재해방재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는지도 조사한다.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재해 방제시스템 가동 여부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가안전관리 서비스를 정보화를 통해 일원화하면 대형 재해·재난에 대한 예방과 신속한 복구 등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 안됐다면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증액해야 한다. 부처 간 이해나 시스템 호환성에 문제가 있다면 시정해야 한다. 오는 2007년께로 예정된 국가안전관리종합서비스도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언제 어떤 재난이 닥칠지 모르지 않은가.
물론 국가안전관리가 재해·재난 관리를 비롯한 통신·상황관제, 인프라관리 등이 연계된 사안이어서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각 부처와 기관이 운영하는 국가안전관리 시스템이 따로 놀거나 작동에 문제가 있다면 국가위기관리는 구호에 그친다.
사고는 예고가 없다.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의 힘과 인간의 지혜로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재난·재해 방지 시스템 구축과 효율적인 운영체계는 그래서 필요하다. 탄액정국 등 정치적인 다른 현안에 밀려 땜질식이거나 일과성 대책을 내놔서는 안 된다.
IT 강국답게,지리정보시스템(GIS), 위치정보시스템(GPS), 재해 영상시스템 등을 활용한 종합의사결정지원(DOSS) 및 종합지휘통제시스템을 도입해 문자정보뿐 아니라 지도 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단계별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고 했다. 사전 대비와 투철한 책임의식만이 자연재해나 재난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참여 정부에서 사후 약방문 정책은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게 국민의 여망이다. 일이 터지면 정부나 국민에 득 되는 게 아니잖은가.
<이현덕 논설주간 hd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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