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3의 이름 택한 `S-­LCD`

 한국과 일본의 국가대표 브랜드인 삼성과 소니의 합작사명이 ‘삼성소니LCD’도 ‘소니삼성LCD’도 아닌 ‘S-LCD주식회사’로 최종 확정됐다. 합작사 브랜드명은 동종업종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 소니 두 기업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세간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 왔다. 실제로 양사는 합작사명을 놓고 설왕설래했다는 이야기가 외부로 흘러나올 만큼 장고를 거듭했다. 이를 의식해서 일까. 결국 두 회사는 ‘삼성’ ‘소니’라는 기존의 엄청난 브랜드 가치를 포기하고 제3의 이름을 선택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대부분 ‘삼성소니LCD’라고 불렀다. 법인이 한국에 만들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LCD분야에서 LG와 필립스가 합작사명을 ‘LG필립스LCD’로 정한 전례가 있었다는 점이 작용했다. LG필립스LCD도 S-LCD와 마찬가지로 투자기업의 지분비율은 50대 50이었다.

 LG필립스LCD 법인설립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삼성, 소니와 마찬가지로 LG필립스LCD도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었으나 필립스가 LG를 앞세운 사명에 특별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합작사명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법인명칭을 놓고 많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쪽 브랜드명을 앞세울 것인가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지만 법인명을 놓고 양측 브랜드를 배제한 채 S-LCD냐, SS-LCD냐 등등을 이야기 한 것에서 양측의 신경전이 어떠했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결국 양사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 브랜드간 합작사명을 삼성(SAMSUNG), 소니(SONY)의 앞 이니셜을 따 공평하게 ‘S’를 택하는 기지를 발휘, 논란을 잠재우며 깔끔한 첫 발을 디뎠다.

 그러나 대표 브랜드의 조합을 버리고 ‘S’를 도출해 내기까지의 과정은 S-LCD가 향후 넘어야 될 벽이 무엇인지를 암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적과의 동침’으로 불리는 S-LCD의 여정은 양국 대표브랜드가 양국 대표아이템에서 협력하는, 그것도 주위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산업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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