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부지방 폭설로 고속도로 충청권 구간이 무려 30시간이나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1만대의 자동차와 수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 위에 묶여 발을 동동 구르고 상공에서 헬기가 빵과 우유를 던져주는 기상천외(?) 한 풍경이 벌어졌다.
그 여파로 한국고속도로공사 사장이 옷을 벗고 건설교통부 장관은 국민 앞에 직접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정부도 특별감사를 통해 ‘폭설 대란’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은 정부가 내놓을 폭설 대란의 원인과 처방의 내용을 이미 대충은 짐작하고 있다. ‘무사안일과 매너리즘에 빠진 나태한 근무자세’가 원인일 테고 ‘앞으로 고속도로 제설 관련 인원과 장비를 더욱 보강하겠다’는 내용이 처방의 핵심일 것이다. 이는 정부가 재해 발생때 마다 반복해 온 통과의례이기 때문이다.
재해 관련 인원과 장비를 아무리 보강해도 대형사고와 자연재해를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폭설로 도로가 한순간에 전쟁터로 바뀌는 원시적인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도로와 방재시스템에 대한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고속도로에 쌓인 눈을 자동으로 녹이는 도로결빙방지시스템은 차치 하더라도 폭설이 내려 차가 뒤엉킨 상황에서 사고 여파로 차가 정체된다고 우기는 교통정보에 국민은 분노할 수 밖에 없다. 운전자 휴대폰에 실시간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도로기상정보시스템(RWIS)은 고사하고 고속도로가 폭설로 아수라장이 됐는데도 휴대폰에는 스팸 메시지만 계속 들어오는 현실을 국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 자동통행료징수시스템(ETCS) 등 첨단 정보시스템을 갖추고 지능형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도로공사를 아직도 아스팔트 도로나 깔고 청소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편견부터 버려 달라”는 도로공사 관계자들의 주장이 더욱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하루빨리 편견을 버리고 도로와 방재시스템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할 곳은 다름 아닌 건설교통부와 도로공사다.
<컴퓨터산업부·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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