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시티은행 후폭풍과 IT

 최근 미국계 시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했다. 시티은행은 76개국 3400여 지점을 갖춘 세계 금융 메이저다. 시중 은행들은 시티은행의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력을 두려워 하고 있는 눈치다. 무엇보다 이미 시티은행 한국지사의 영업에서 드러나듯 우리나라 은행들이 생각지도 못한 선진 금융기법을 휘둘러 기존 금융 관행과 판도를 뒤바꿔 놓을 것이라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의 은행들은 비상체제 가동에 나섰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시티은행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6개월간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국내 제2의 금융 기업인 우리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관행을 깨고 50대의 증권 회사 사장 출신인 황영기 회장을 내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티은행의 후 폭풍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들이 동요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지난 몇년간의 구조조정과 합병을 통해 체질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미완성이지만 금융권 전반에 걸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선진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용트림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의 IT 시스템 분야에서도 이같은 새로운 바람은 확인된다. IT 시스템 투자에 있어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였던 금융권이 어느 부문의 민간 기업보다도 IT 투자의 혁신적인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다. 컴퓨팅의 새로운 트렌드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차세대 뱅킹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다운사이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시스템의 안정성은 높지만 고비용 구조인 메인프레임 대신에 유닉스시스템을 차세대 뱅킹의 핵심시스템으로 선택하고 있다. IT 시스템의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젝트 구축 방법론인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EA)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일부 선진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개발 방법론인 컴포넌트기반개발(CBD) 방식이 금융권의 대형 IT 프로젝트에 대거 사용되고 있다.

 IT 시스템을 둘러싼 이같은 변화는 우리나라 금융권이 이미 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달라진 금융권의 IT 시스템은 해당 은행의 조직과 비즈니스 모델을 선진화한다. 조직원의 사고 자체도 바꿔 놓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IT 시스템은 시티은행 사태로 더욱 중요성이 부각된 ‘금융개혁’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일부 은행에서 시티은행의 후폭풍과 금융 시장 환경의 불 투명성을 내세워 IT 투자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는 IT 시스템을 ‘불요불급한 경비’로 생각해 ‘호미 대신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는 단초이다.

<이창희 컴퓨터산업부 차장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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