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전자 유통점이 예비 신혼부부 250쌍을 대상으로 ‘총 혼수 구입비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00명중 36.8%가 혼수비용으로 평균 1300만 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1500만원에 비해 15.4%가 감소한 것이다. 더욱이 이들 응답자 가운데는 혼수용 가전제품을 최소한으로 장만하고, 드럼세탁기나 데스크톱PC·노트북PC 등을 집들이 선물로 받고 싶다고 답해 혼수가전의 수요 패턴이 경기 침체로 인해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 마감한 에어컨 예약판매 역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들어 2개월 동안 에어컨 예약 판매를 벌였지만 지난해에 비해 20% 줄어든 실적으로 마감을 해야 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예약 판매를 연장하거나 혼수시즌을 맞이해 이벤트를 벌이며 에어컨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는 줄줄이 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는 1월에 비해 0.4%,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3.3%가 각각 올랐다.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은 이미 도를 넘어 사재기 조짐으로까지 번지고 있고, 농축수산물·식료품 등 소비재 물가도 오름세가 지속 될 전망이다.
이처럼 내수 경기가 불안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자 전자 제조업체들은 전전 긍긍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매출 목표와 이익을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다른 측면도 있다. 내수야말로 제조업체들의 텃밭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의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김현철 서울대 국제경영대학원 교수는 “내수 시장이야말로 제품의 품질을 검증받고 향상시킬 수 있는 ‘생명선’이며, 산업을 떠 받치는 포트폴리오”라고 말한다.
내수가 붕괴되면 제조업체들은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약화 될 수 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차원의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다.
<디지털산업부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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