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유망 IT시장을 간다]콩고민주공화국

 지난 18일(현지시각) 오후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시 한복판의 멤링호텔 2층 컨벤션센터. 이 나라 정부와 통신사업자 관계자 100여명이 모여 단상에 시선을 고정하고 귀를 기울였다. 한국의 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IT수출진흥센터(ICA)와 한국전산원이 공동 주관하는 ‘콩고IT기술정책자문단’(단장 황종성)이 가진 자문결과보고회 자리다.

 참석자들은 특히 “한국이 아시아의 IT허브를 꿈꾸는데, 콩고는 아프리카의 IT허브가 될 수 있다”는 황단장의 자문 총평에 기대감을 내보였다.

 국민소득 650달러의 최빈국이나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지리적 요충지로 미래 아프리카를 이끌 콩고에 IT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진원지는 바로 코리아다.

 ◇‘긴 잠’에서 깨어난 콩고=이 나라는 경제 재건 열풍에 휩싸였다. 킨샤사시를 중심으로 건물 신축과 도록 복원 공사가 활발하다. 광물과 전력 등 풍부한 자원을 가진 ‘기회의 땅’ 콩고를 찾는 외국인들도 부쩍 늘어났다. 1년전만 해도 킨샤사행 비행기에서 백인이나 아시아인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이젠 절반이 넘는다.

 지난해 7월 들어선 콩고 연합정권도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그 재원을 외국 자본으로 충당하려 한다. 그렇지만 오랜 유럽 지배에 대한 반감으로 서구 자본을 그다지 탐탐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시아, 특히 비슷한 역사경로를 밟고도 비약적으로 성장한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삼고 싶어한다.

 ◇왜 IT인가=콩고의 통신인프라는 한참 낙후됐다. 인구 650만명의 킨샤사시만 해도 활용되는 유선 회선이 고작 3000회선을 넘지 않을 정도다. 경제 재건을 위해선 통신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 급선무다.

 하지만 콩고 통신에 투자하는 서구자본은 인프라 구축보다 단기간의 수익 빼먹기에 골몰한다. 그래서 콩고는 IT강국 한국에 눈을 돌렸다. 콩고 정부는 지난 2002년 4월 기간통신사업의 라이선스를 고명통상(대표 김종갑)이라는 한국 업체에 내줬다. 고명통상은 콩고 정부 산하 우전공사(OCPT)와 합작해 ‘콩고코리아텔레콤(CKT)’를 세웠으며, 지분 50%로 최대주주다.

 유선망이라는 기간통신사업을 외국기업에 내준 것도 그렇지만 한국의 IT정책까지 통째로 들여오려는 것도 파격적이다. 이번 콩고 IT정책자문도 애초 인프라 구축만 자문할 예정이었으나 콩고 정부가 통신정책에서부터 인력양성,주파수 관리까지 거의 모든 정책을 망라해줄 것을 요청해 이뤄졌다.

 전태석 ICA 부장은 정보화촉진프로그램 발표를 통해 “콩고 경제 회생을 위해선 IT산업 육성이 절실하고, 이에 대한 콩고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재건을 전담한 예로디아 부통령은 자문단과 만난 자리에서 “IT선진국인 한국의 자문 보고서의 의견을 적극 듣도록 하겠다”며 흡족해 했다.

 이사벨 우정통신부 총괄국장은 “인구가 6000만명이 넘는데 기간망이 없어 고민”이라며 “보고회를 계기로 기간망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지방발전계획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기회를 ‘외면’하는 한국=IT한국에 대한 콩고 정부와 국민의 관심은 뜨거우나 정작 우리정부와 기업은 시큰둥하다. 콩고를 여전히 내전 중인 국가로 아는 국민이 대부분이다. 적극적으로 콩고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도 고명통상이나 LG전자 등을 빼면 거의 없다시피 하다. LG전자는 최근 킨샤사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했다.

 고명통상은 최근 유선망 구축에 필요한 추가 자금을 마련중이나 콩고시장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으로 여의치 않다. 정부도 이번에 민관 합동의 자문단을 파견했으나, 지금까지 고위급 인사의 방문은 없었다. IMF 때 철수한 주콩고 대사관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반면 중국 정부와 기업의 행보는 우리를 훨씬 앞질러 가고 있다. 킨샤사시 중심가로 들어가는 입구 길 한가운데에 종합운동장이 자리잡았다. 중국 정부가 몇해 전 공짜로 지어준 것이다. 인근 의회건물도 마찬가지다. 단 두 건물 신축으로 중국은 콩고 민심을 사로잡았다. 조셉 카밀라 대통령은 중국에 유학을 다녀왔고,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후배여서 둘 사이도 긴밀하다는 후문이다.

 몇해 전만 해도 드물었던 중국인은 지금 무려 1만명 가까이 콩고에 들어와 소형가전과 생필품 시장을 장악했다. 콩고차이나텔레콤(CCT)라는 합작사를 통해 이동전화사업에 진출하는 등 날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고명통상과 함께 진출한 통신회선구축전문회사 이화티티씨의 이선정 사장은 “중국이 이처럼 공을 들인다는 것은 그만큼 콩고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방증 아니냐”라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막연한 불안감만 갖고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콩고엔 하루에 한두차레 열대성 강우 ‘스콜’이 내린다. 무더운 이 곳 날씨도 한차례 비를 퍼붓고 난 다음엔 상쾌해진다. 콩고 정부와 국민이 지금 절실히 갈구하는 게 바로 경제의 ‘레인메이커’다. 이 나라에서 만난 관료와 시민들은 모두 IT한국은 새로운 레인메이커로 지목했으나 정작 우리나라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킨샤사(콩고)=신화수 기자 hsshin@etnews.co.kr>

※콩고민주공화국은=국토면적이 한반도의 11배에 달하는 아프리카의 대국이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대부분 쓸 모 있는 땅인데다 다이아몬드, 구리, 원유 등 자원이 풍부해 오랜 동안 벨기에 등 제국주의국가들의 침탈에 시달렸다. 콩고강 건너편의 브라자빌콩고와는 거의 같은 종족 구성을 이뤘으나 벨기에와 프랑스 지배로 양분되면서 결국 별도 국가로 독립했다. 콩고는 줄곧 내전에 시달리다가 지난해 4월 UN 중재 아래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 정치 안정을 이뤘다. 콩고는 특히 아프리카의 중앙에 있어 물류 중심은 물론 아프리카 케이블망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콩고는 교육열이 높아 인적 자원이 풍부해 발전 가능성이 높다.

<소박스> “콩고 통신시장 전망 밝다”

 

 콩고 시장의 매력은 다이아몬드 등 광물자원이나 건설 시장이나 통신시장의 가능성도 매우 높다. 유선이 거의 없고 무선(GSM)만 활발하다. 이동전화가입자는 120만∼130만명으로 추산됐다.

 킨샤사 시민 가운데 이동전화 가입자들은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통신비로 쓸 정도다. 보다콤·셀텔·CCT 등이 한 해 거두는 순수익만 1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콩고엔 통신 정책이 전무하다시피해 이들 사업자들은 별다른 규제도 없고, 전파사용료도 거의 내지 않고 사업을 벌인다. 킨샤사 시에 세운 기지국도 고작 12개다. 콩고는 GSM과 별도로 CDMA를 도입하는 계획을 검토중이다.

 한국 통신사업자가 진출할 경우 투자 부담이 적고 마케팅만 효과적으로 벌여도 중고 장비나 기지국 설비를 갖고도 충분히 시장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얘기다.

 유선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선이 전무한 상황이나 콩고정부가 기간망 구축 의지가 높아 10여년 넘게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유선전화 가입율이 1%에 밑돌기 때문에 망만 어느 정도 구축되면 유선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지 진출한 외국공관과 기업들로부터 초고속인터넷, 회선임대 수요도 급증했다.

 미국대사관, 네슬레 등은 얼마라도 좋으니 무조건 빨리 초고속인터넷을 구축해달라고 요청했다.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가입비가 650달러에 환불도 없어 이것만으로도 투자비를 뽑아낼 정도다.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행정망, 경찰망 등 전용망 구축 수요도 최근 본격화했다. 유선사업자는 한·콩고 합작 CKT가 사실상 유일해 일단 기회를 선점한 셈이다.

 또 LG에어컨과 삼성 휴대폰에 대한 인지도도 높다. 경기에 탄력을 받고 IT인프라 구축이 조금 더 활발해지면 가전제품과 PC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프리카의 신흥 유망시장으로 콩고가 손꼽히는 이유다.

*시장전망: 정책자문단에 높은 호응

 

 이번 콩고IT기술정책자문단의 활동(18일∼20일)에 대한 현지의 관심은 열광적이었다. 참석자들은 120여명의 현지 공무원들로 사흘 내내 발표장으로 출근하다시피 했다. 또 질문도 많아 예정된 시간을 한두 시간 넘기기 일쑤였다. 발표 행사를 뒤늦게 뉴스를 통해 접한 일부 정부부처에선 “왜 연락해주지 않았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건설재건 부통령실에선 자문 내용 전반에 대한 실행 작업에 착수했다. 우정통신부(PPT)의 경우 자문단의 PPT구조조정 방향 발표 내용과 관련해 향후 조직도를 그려달라고 주최측에 요청했다. 행사 마지막날 저녁엔 7개 라디오 및 TV에 주요 기사로 처리됐으며 국영방송은 세미나 중계를 포함해 무려 1시간을 할애해 자문단 발표내용, 인터뷰 등을 집중 소개했다.

 자문단 발표로 콩고정부는 기간망의 중요성과 주파수 관리의 중요성에 처음 눈을 떴다. 뜨거운 반응은 3개월간의 자문단의 철저한 준비와 노력에서 미리 예견됐었다. 정보통신부·한국전산원·ICA·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정보문화진흥원·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전문가가 참여한 자문단 전원은 지난달 중순 일주일간 천안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에서 합숙, 보고내용을 최종 정리했다.

 황당한 질문도 많았다. “왜 디지털로 가야 하느냐” “기간망을 무선으로 해도 되는데 굳이 유선으로 해야 하느냐” “광케이블을 전신주를 통하는 게 낡은 방식 아니냐” 등의 질문은 자문단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난감하게 만들었다.

 이같은 이해 부족에 현지에 진출한 보다콤과 셀텔은 콩고에 상호접속제도가 없다는 점을 이용, 다른 업체와의 로밍을 차단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문단 관계자는 “콩고 정부는 지금까지 주파수 할당에 대한 개념조차 모를 정도로 통신방송정책을 전혀 모른다”라면서 “기술자들보다 정책 담당자들의 한국 연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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