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세계정보사회정상회의가 제네바에서 유네스코(UNESCO) 주최로 최근 막을 내렸다. 정보사회를 주제로 한 정상회의가 유네스코 주관으로 모이게 된 것은 그동안 미국 등 정보 선진 제국과 기업들이 각자의 이익에 맞춰 경쟁적으로 진행해 온 정보화 정책들이 보여준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회의에서 엿볼 수 있듯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지구촌 문화를 만들어낸 정보통신기술, 그중에서도 컴퓨터와 인터넷의 힘과 그로부터 기대되는 역할이다.
오늘날 정보에 근거한 컴퓨터가 맡고 있는 역할은 힘에 근거한 뉴턴 물리학을 이끈 중세시대의 시계나 에너지에 근거한 열역학을 이끈 19세기의 증기기관과 유사하다. 이것들은 모두 각 시대를 특징짓는데 필수적인 사회적 도구들로써 일종의 ‘슈퍼패러다임’이라 할 것이다.
불과 약 반세기 전에 에니악(ENIAC)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컴퓨터는 네트워크화 되어 이제 우리 생활의 많은 분야에 관여하면서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기계로 자리 잡았다. 교통, 통신, 금융, 국방, 산업, 정부업무, 가전기기 등 모든 주요한 기능이 컴퓨터에 의해서 처리되고 있으며 점점 그 의존도가 높아져가고 있다. 심지어 우주 자체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21세기의 강력한 엔진인 컴퓨터기술은 떠오르는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의 밑바탕이 되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빠른 속도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인간들의 관계양상과 삶의 의미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월드 와이드 웹(www)의 출현은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줬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탈중심화된 조정자’로서 정보전달을 즉각적으로 연결하여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비위계적인 상호작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양자물리학과 혼돈이론 등이 가세되면서 우리는 서로 작용하면서 공동 진화하는 역동적인 세계에 진입했다.
세계 각국이 점차 상호의존적으로 변하고 지역적 사건들이 국제적 차원에 영향을 주며 또, 그 반대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정보통신혁명으로 세계화는 세계적 차원의 정보와 지식의 전파에 한정되지 않고, 경제적 차원에서 모든 국가들을 단일 세계시장으로 통합시키는 자본·투자와 국제무역의 흐름과도 깊이 관련되고 있다.
또한 지구상에 약 6000여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이 중 4%의 언어만이 96%의 세계인구에 의해 사용되고 있고, 현재 이 6000가지 언어의 50%가 소멸 위기에 놓여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상에서 이들 언어의 90%가 사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UN의 한 조사에 따르면 회원국의 약 91%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위해 ‘e정부’를 실시하고 있지만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새로운 인터넷 시스템의 설치에 의한 고비용으로 수익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사이버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범죄 역시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G8 국가들을 비롯하여 EU, OECD 등 대응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상대방과 관련 온라인 상에서의 정보유출, 시스템 침해 등 사이버테러와 정보전(IW)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렇듯 현대의 정보통신기술은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나 스스로 부 창출 원동력으로써 세계적인 문제인 문맹과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역할을 기대 받고 있다. 이제 우리 시대의 정보통신기술은 ‘접근에의 평등, 투명성, 함께 즐김’ 등 새로운 이성으로써의 자리매김뿐만 아니라 보다 더 근본적인 인류의 오랜 숙원을 풀어내는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되고 있는 시점에 있다고 하겠다.
◆하옥현 경찰대학 교수 okclub@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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