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물학계의 대부인 서울대학교 박상대 명예교수(66)가 약 50년 만에 정든 캠퍼스를 떠나 29일부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과학기술인 최고 영예인 제 1회 한국과학자상 수상자이기도 한 박 교수는 한국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50년대 중반 서울대(동물학)에 입학, 지난해 9월부터 명예교수로 재직하기까지 학교를 지켰다. 그러던 그가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국무총리실 산하 기초기술연구회의 제 3대 이사장으로 전격 변신한 것이다.
연구회는 총리실 산하 정부출연연구원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다. 때문에 그동안 출연연을 잘 아는 연구원장 출신들이 주로 이사장을 맡아왔다. KIST·생명연·기초연·한문연 등 4개 출연연을 관장하는 기초기술연구회 역시 1, 2대 이사장 모두 출연연 출신이다. 그래서 과기계에선 총리실이 박 교수를 새 이사장으로 택한 것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과기계는 그가 비록 평생을 학교에서 보냈다고는 하지만 그를 화려한 경력의 ‘준비된 이사장’으로 평가한다. 대통령 과학기술정책자문을 비롯해 왕성한 외부활동을 해왔으며 국제감각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국제백신연구소’(IVI)라는 국제기구 유치에 공을 세웠다.
박 이사장은 “21세기 지식기반경제시대엔 기초·원천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동안 인재양성 및 연구현장에서 쌓아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출연연과 연구회가 한 몸이 돼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과학기술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선 산·학·연 3대 연구주체간의 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연구주체간의 영역이 날로 붕괴되는 상황에서 벽을 없애지 않고는 진정한 협력이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연구회는 이부분에서 산·학·연의 ‘끈’ 역할을 맡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연구회와 출연연 모두 구조조정의 도마위에 올라있는 상태다. 정부가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잡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에 맞춰 총리실 산하 연구회 및 출연연 관리체계에 대해 또 다시 변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연구회 존립 자체마저 위태로와질 수 있다. 과도기에 새 이사장을 맡은 박 교수가 출연연 및 연구회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하며 뜻을 펼칠지 과기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이중배 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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