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RNIC-넷피아 `이전투구`

 삼국지에 보면 조조를 ‘치자’는 이각의 논리에 ‘차라리 항복하는 게 낫다’는 가후의 반박이 긴박한 상황만큼 묘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읽는 이를 끌어들이는 부분이 있다. 요즘 한글인터넷주소업체 넷피아와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간에 벌어지고 있는 살벌한 성명전을 보면서 그 의미가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넷피아측은 KRNIC가 미국 베리사인의 솔루션을 들여와 서비스함으로써 자사의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RNIC는 공기관으로써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도 넷피아가 그릇된 논리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를 보면서 양측 모두 정도(正道)에 관계없이 ‘선’을 벗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넷피아는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언론을 통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KRNIC 송관호 원장을 ‘인신공격’에 가깝게 헐뜯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개인을 향한 공격이라는 인식 때문에 “해도 너무한다”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혀차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넷피아는 한글인터넷주소서비스라는 특화된 사업영역에서 서비스 강화에 주력해 사용자의 선택을 받으면 된다. 설사 경쟁자로 인해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지라도 고충처리의 최상부인 청와대 탄원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은 문제 해결의 순서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KRNIC 또한 넷피아의 비난을 되받아칠 만큼의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기관으로써 국내 기업의 서비스를 독려하고, 사업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KRNIC는 낙제점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인터넷주소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KRNIC가 기업들에게 횡포를 일삼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라면 존립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기업 육성에 무엇보다 무게를 두어야 할 공기관이 해외 솔루션을 들여와 공급하고 있다는 지적 자체가 역량부족의 문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산업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양쪽을 보면서 멀찌감치 떨어져 웃고 있을 ‘조조’ 베리사인을 생각하면 씁쓸함이 먼저 든다.

 <정보사회부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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