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상품에 컴퓨터 칩이 내장되는 ‘퍼베이시브 컴퓨팅(유비쿼터스컴퓨팅)’의 시대가 눈 앞에 다가오고 있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건강과 사회·환경 문제 등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스위스 과학자들이 경고했다.
BBC 뉴스 인터넷판은 24일 스위스연방 물질시험조사연구소(EMPA)의 컴퓨터 과학자 로렌츠 힐티 교수를 인용,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이같은 문제에 충분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힐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스위스기술평가센터의 위촉으로 작성한 ‘정보사회의 주 원칙’이란 보고서에서 앞으로는 컴퓨터 칩과 리모컨 감지장치, 무선 자동응답기 등이 미세한 크기로 축소돼 모든 물건에 부착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잔이 비자마자 맥주를 다시 채우도록 신호를 보내는 유리 잔도 등장할 수 있고 실내 온도를 조절하거나 벽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바꾸는 기능을 가진 전자입자를 함유한 페인트를 이용할 수도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이른바 ‘퍼베이시브 컴퓨팅’이 실현되면 일상생활 속에서 더 이상 전자장치를 의식할 필요조차 없게 된다”고 힐티 교수는 지적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10년 안에 10억명의 세계인이 전자칩이 내장된 무수한 상품들 속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그러나 그런 세상이 오기 전에 맹목적인 첨단기술 숭배의 위험을 인식하고 사회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모든 물체가 미량의 전자파를 방출하는 데 따른 건강 문제다. 힐티 교수는 “이것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며 “현재 휴대폰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 연구가 말해 주겠지만 장기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계 등 몸에 밀착한 전자기기는 물론 피하에 주입된 전자칩 등이 방출하는 소량의 전자파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어떤 위험이 생기는 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도처에서 무선 센서가 작동하며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상황이 인류의 생활방식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힐티 교수는 “프라이버시가 기술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퍼베이시브컴퓨팅’이란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폐기물 처리 방식도 바뀔 수 있다. 쓰다 버린 휴대폰과 컴퓨터 등으로 이미 골치를 앓는 나라에는 전자칩이 내장된 온갖 생활용품들이 더욱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전망이다.
힐티교수는 “우유팩을 비롯해 어느 물건이 전자제품인지, 어느 것이 아닌지 몰라 분리 배출을 못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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