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신년특집]전통기술과 미래기술의 만남

 ‘전통 제조업은 IT를 수혈받아 비상한다. 그리고 미래기술은 IT 토양에서 창조된다’

 IT화·정보화·e비즈니스화는 전통제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한다. 세계의 제조공장인 중국의 부상으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조업공동화의 대안으로 e매뉴팩처링을 포괄하는 IT화·e비즈니스화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업의 계승·발전은 한국적 현실에서 결코 등한시 할 수 없는 테마다. 특히 가격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 제조업의 각 단계에 IT프로세스를 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간·비용 절감 효과와 불량률 감소를 통한 제품경쟁력 확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통차원에서 출발한 e비즈니스는 최근들어 생산·유통·판매 모든 단계의 경쟁력 제고를 담보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산업계의 21세기 화두가 된 e비즈니스는 많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래경쟁력 확보의 대표적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닷컴버블을 거치면서 e비즈니스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지만 이는 벤처캐피털 차원의 문제일 뿐 사실 산업, 특히 제조업 분야의 e비즈니스는 기존 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면서 지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제조업 e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공급망관리(SCM)이다. 정보의 정확성·신속성·효과적 전달 수단이라는 요소를 검증받고 있는 SCM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변화에 고객·소도매상·제조업체·협력업체 등으로 이뤄진 공급망 전체를 효과적으로 연결시켜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SCM은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현실을 대면하고 있는 기업에 있어서 필수적인 생존 수단이 되고 있다.

 주요 전자업체들은 협력업체와의 SCM구축의 효과로 △협력회사간 협업모델 구축 △자재조달 리드타임 감소 △부품 쇼티지 예방 효과 및 생산무작업 감소 △협력회사 전체의 생산밸런스를 통한 대기시간 최소화 △협력사에 제품 품목과 규격·부품 구성도(BOM) 등을 제공해 품절 및 품질사고 방지 등을 꼽는다.

 사양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직물·섬유 산업도 IT를 통해 부활을 꿈꾸고 있다.정부 ‘직물부문 SCM 시범사업’의 수행기관인 매트릭스투비가 SCM 도입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SCM 시스템 도입 이후 재고관리업무가 40%에서 최고 68%까지 개선됐으며, 담당자의 업무처리시간도 기존 18.9시간보다 5시간 줄어든 13.6시간으로 단축됐다. 또 재고관리업무의 개선으로 기존 주·월 단위로 진행하던 작업들을 하루 단위로 추진해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임가공료 정산·지불 등 금융업무도 바로 확인,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정보화에 정부가 많은 관심을 쏱고 있는 것도 다소 낙후된 이미지의 전통 중소제조업에 IT를 접목시킴으로서 미래 경쟁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최근 중소기업IT화 사업에 참여한 13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ERP를 도입한 중소기업들은 도입 이전에 비해 업무효율성을 두배 이상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는 ‘총자산순이익률 2.8%P 증가(8.3%→11.1%)’ ‘월말결산기간 2.9일 단축(6.1일→3.2일)’ ‘판매주문처리시간 17.1분 단축(43.6분→26.5분)’ ‘구매처리시간 62분 단축(146.8분→84.8분)’ ‘물류조달시간 29.6분 단축(63.4분→33.8분)’ ‘판매주문처리시간 17.1분단축(43.6분→26.5분)’ ‘고객서비스대응시간 10.1분 단축(32.4분→22.3분)’ ‘월말결산기간 2.9일 단축(6.1일→3.2일)’ ‘매출액영업이익률 2.5%P 증가(10.3%→12.8%)’ 등이다.

 제조업의 e매뉴팩처링은 10년후 우리 산업을 이끌 전략상품 육성과 관련, 산업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업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주력기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조업 공동화에 대비하기 위해 우선 e매뉴팩처링을 구현할 디지털 제조시스템을 차세대 성장동력분야로 집중육성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업체인 경기도 화성 소재의 코닉시스템즈는 지난해 제조장비의 배선을 절반으로 줄여 설치시간을 70% 절감시켰다. 강원도 강릉시의 영동화력발전소 역시 최근 발전 가동률이 10% 올라가, 연간 20만달러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었다. 이들의 생산성을 수직상승 시킨 것이 바로 ‘e매뉴팩처링’의 힘이다. 산자부가 오는 2009년까지 총 500억원의 예산을 e매뉴팩처링사업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기술·산업과 IT와의 만남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IT와 BT·NT 등 미래기술과의 만남이다. 우리 미래먹거리는 바로 이같은 첨단기술의 융화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IT와 구체화되기 시작한 미래기술과의 만남에 주목해야 한다.

 융합기술이란 IT·BT·NT 등 최근 급속히 발전하는 신기술 분야의 상승적인 결합(synergistic combination)으로 가까운 장래에 인간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기술을 의미한다. 특히 융합기술은 그동안 넘지 못했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기존 경제 및 사회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융합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면 인간의 인식능력은 물론 건강 및 육체적인 능력의 비약적 향상이 가능해진다. 또 인간과 인간은 물론 인간과 사물, 동물 간 커뮤니케이션의 장벽도 제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융합기술은 국방관련 기술의 비약적 발달을 가져와 국가안전보장능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하고 자연과학과 공학, 인문과학, 사회과학이 융합하는 교과과정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융합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개발의 역사가 길지 않아 미국과 유럽 등 기술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그리 크지 않아 충분이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기반을 잡고 있는 하드웨어(HW)산업과 소프트웨어(SW)산업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미래형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최근 전세계 각국 정부와 대학, 기업이 융합기술 개발의 초기단계에 진입하면서 각 기술간 영역을 허물어 차세대 국가와 산업을 이끌 새로운 성장 엔진을 모색하고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 성공사례 - LG실트론

 제조업이 e비즈니스를 만나면 어떻게 달라지나.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재료인 웨이퍼 전문업체 LG실트론에서 찾아 볼 수 있다. LG실트론의 IT화·e비즈니스화 사례는 제조업과 e비즈니스의 조화·융합이 경쟁력 제고의 필수 수단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LG실트론은 300mm 웨이퍼 시대를 맞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 선두권(현재 세계 웨이퍼 시장 8위)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 업체들과는 다른 무엇인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e비즈니스였다.

 LG실트론 정두호사장은 “e비즈니스에 역량을 집중한 것은 하나의 도박과도 같은 승부수였다”고 강조했다. 일본 업체들이 장악한 세계 웨이퍼 시장에 정상급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략으로 e비즈니스를 택한 것이다.

 이 회사는 사업의 특성상 외국과의 기술제휴 없이 단독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품의 품질 개선은 물론이며 수준 높은 정보와 빠른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었는데 이 회사가 만든 e비즈니스 전략인 ‘e전이(eTransformation)’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최고의 ‘e컴퍼니’ 비전 실현을 위해 세가지 축을 설정했다. 고객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 공급사로부터 신뢰 받는 기업, 업무생산성 극대화가 그 것. B2B, B2C, B2E 영역에서 3∼4개월 단위로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 2001년까지는 ERP 구축 및 안정화로 e전이 기반을 구축하였으며 지난해부터 ‘e전이 가속화’를 목표로 포털, 중역정보시스템(EIS), 생산실행시스템(MES), BSC 등 확장 시스템을 구축해 ‘디지털 신경계 사업(DNE:Digital Nervous Enterprise)’로 나가고 있다. 이 회사의 디지털 신경계 사업은 크게 △연구개발 △제조 △마케팅 및 영업 △인적자원 관리 △지식관리 등 다섯가지 핵심 구성요소로 이뤄진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 이후 e세일즈 포털을 통한 온라인 매출 비중이 매 분기마다 늘면서 세계시장 개척의 새로운 수단으로 이미 자리매김했으며 매출신장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고객 대응속도가 2.5배 향상됐으며 연구개발(R&D)역량 강화를 통해 신제품 매출 비중도 11배 늘어났고 해외 마케팅 강화를 통한 해외 매출비중이 1.8배 늘어나는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최근에는 이같은 LG실트론의 e전이에 대한 성공적 추진사례를 책(새로운 전략의 중심, e트랜스포메이션. 대청미디어. 2003년)으로 발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국내 제조업체의 e전환 모델을 제시하고 길잡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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