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안타까운 삼성전기

 “삼성전기같은 기업이 하나만 더 있으면….”

 연초에 만났던 산자부 관계자의 푸념아닌 푸념이었다.

 산자부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 150여개 부품·소재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매년 50개 이상의 핵심 부품·소재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이른바 MCT-2010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매년 100개의 유망 신기술을 발굴해 이 중 25개를 세계 일등상품으로 육성시킨다는 랩콘(LABCON ) 플랜이나 세계 일류상품육성 전략 등에서도 부품·소재가 주 대상이다.

 부품·소재는 품질이나 기술 격차는 급속히 줄어드는데 반해 가격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한국의 제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히든 카드다. 부품·소재는 아직까지 격차가 큰 만큼 중국의 추격을 쉽게 따돌릴 수 있는 분야다. 게다가 고부가 첨단부품의 내재화를 통해 완제품의 경쟁력도 동시에 도모할 수가 있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삼성전기는 한국이 취약한 수동·기구 부품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희망봉이다.  메모리와 LCD같은 일부 부품은 정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품에서 만큼은 무역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지만 아직도 경쟁력이 미약하기 그지없다. 삼성전기를 제외하고는 세계에다 명함을 내밀만한 곳조차 찾기 힘들다.

 삼성전기는 부품 분야, 특히 취약한 수동 및 기구부품에서 우뚝 서 있다. 한국기업으론 세계적인 기업들과 나홀로 고독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인쇄회로기판, 광픽업 등에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는 2007년에는 반드시 정상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선두그룹에 끼어 정상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으로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는 마라토너같다.

 ‘삼성전기같은 기업이 하나만 더 있으면’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삼성전기 스스로도 세계 1등으로 거듭나기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그동안 야심차고도 피눈물나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그룹에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구조조정본부가 점검반을 편성해 대대적인 진단과 전략까지 수립했다.

 하지만 온국민의 성원과 희망,그리고 스스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기가 내우외환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같아 몹시 안타깝다.

 막판 스퍼트를 위해 연구개발에 진력을 다해야할 이 중차대한 시국에 삼성전기는 삼성카드 빚을 갚기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도 수천억원의 돈이 삼성카드의 부채탕감으로 흘러들어갔다. LG그룹이 금융사업을 포기할 만큼 카드사의 부실은 막대하다. 삼성전기의 빚갚기가 비단 올해뿐일지 의심스럽다.

 왜 하필이면 삼성전기일까. 나름대로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세간에서는 전자계열사 중 외국인 지분이 가장 적은, 그래서 말썽의 소지가 적은 곳이 삼성전기이기 때문이라고 쑥덕이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피눈물나는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항간에는 또 다른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내부적으로도 반발이 만만찮은 분위기인데, JY의 삼성전기 입성 소문이 파다하게 번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목적이 정상정복을 위한 목적보다 JY의 입성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억측이 분분하다.

 이러다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호사가들의 입방아 때문이 아니라 이로인해 막판 스퍼트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삼성전기가 당면한 과제는 비단 삼성그룹의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부품·소재산업의 미래와 운명이 달렸다.

 <유성호부장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