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작은 요즘 나이트에서 유행하는 겁니다. 좀더 자연스럽게, 고개도 끄덕이면서... 자, 다시 한번 갑니다!”
지난 목요일 오후 서울 강남역 근처 어느 댄스학원. 강한 비트의 경쾌한 음악이 나오고, 커다란 전신거울 앞에서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9명의 젊은이들이 어설프지만 진지한 자세로 춤을 배우고 있다. 10여분의 몸풀기가 끝난 후 어색한 표정의 수강생들이 리듬에 맞춰 다리와 팔을 움직인다. 이들의 눈은 강사의 동작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떼지 못한다.
‘몸치 탈출’이 대유행이다. 특히 연말 송년모임에서 행여 자신이 몸치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던 직장인들이 걱정과 두려움 대신 도전을 택하고 있다.
‘나는 몸치요’라는 자포자기에 앞서 ‘나도 춤추는 킹카 퀸카가 되리라’며 적극적으로 춤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춤을 배우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제로 나이트클럽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나이트 댄스’를 강의하는 학원이나 인터넷 동영상 강의 서비스도 크게 늘어났다. 연말을 앞둔 11월부터는 평상시에 비해 수강생이 20∼30% 가량 증가할 정도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댄스학원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송년모임 특수도 있지만 ‘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공이 더 크다. 60∼70년대 일명 사교댄스가 불륜의 진원지로 여겨지며 음지에서 활성화한 데 이어 나이트클럽에서만 춤을 추던 80∼90년대를 거쳐 이제 어디에서나 건전하게 춤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한 것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에서는 삼삼오오 짝을 이룬 아마추어 춤꾼들 춤자랑을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고 TV에서도 일종의 ‘개인기’로 춤을 추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대학교는 물론 대다수의 중고등학교에서도 춤 동아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수강료가 들어가는 전문 댄스학원에는 직장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에너지가 넘치는 20대 직장인이 전체 수강생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댄스학원을 찾은 직장인 김모씨(여·25)는 “전형적인 몸치에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춤을 추면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며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몇 개월 열심히 해서 몸치에서 탈출하고 싶다”며 수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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