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산업별 결산](3)통신방송-3G 등 핵심현안들 실종

 ◇통신부문=통신서비스 시장은 전반적인 가입자·매출 정체 양상이 뚜렷한 가운데 이동통신 분야만 비록 소폭이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사업자 매출 31조여원은 다소 오름세가 예상되지만, 유선시장은 제자리 걸음인 대신 이동전화부문이 전체 통신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면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통신시장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보다 하나로통신·두루넷·온세통신 등 후발 유선사업자군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움직임이었다. 특히 LG그룹과 외국계투자가가 표대결까지 벌인 경영권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국 외자가 최대주주를 차지했다. 이와는 달리 130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자랑하는 두루넷이 내년 상반기경으로 매각시기가 늦춰지면서 후발사업자 구조조정은 해를 넘기는 이슈가 될 전망이다.

 통신시장 단골메뉴였던 신규 서비스 도입과 비대칭규제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2.3GHz 휴대인터넷 정책수립이 끝내 내년으로 미뤄진 것이나 WCDMA 서비스가 여전히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유무선통합·방송통신융합 서비스가 제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한 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말로 다가서면서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마케팅 경쟁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유선 분야의 가입자선로공동활용제도(LLU) 강화방안이 마련됐을 뿐, 요금·접속료 등 핵심현안들은 묻힌 상황이다.

 ◇방송부문=방송계는 제2기 방송위원회 출범 진통을 시작으로 KBS·MBC·EBS 등이 신임 사장 체제에 들어갔다. 특히 디지털방송 전송방식을 둘러싸고 북미식과 유럽식에 대한 찬반 격론이 벌어졌고 급기야 정통부와 방송위의 공동 조사단이 해외에 파견되기도 했다. 국가 표준과 관련한 이 문제는 올 한 해 최대 핫이슈였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기존 거대 통신사업자인 KT의 견제를 받았다. 또 SO업계는 국내 최대 복수SO(MSO)가 씨앤앰커뮤니케이션에서 태광산업 계열 MSO로 바뀌며, MSO화를 위한 M&A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올해 1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위치를 공고히한 한해였다. 이와 함께 고선명(HD)채널 개국과 양방향TV 상용 서비스 개시도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반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CJ미디어·온미디어, 지상파방송사 계열의 복수PP(MPP)들과 타 군소 PP들과의 격차가 더욱 심해지며, MPP들의 세력확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휴대폰부문=올해 국내 휴대폰업계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2위 모토로라를 제치며 노키아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고 LG전자는 톱 5에 진입하며 내년 4위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팬택계열을 중심으로 한 제조자설계생산(ODM) 업체들은 독자 브랜드 시장 진출과 함께 중국 의존도를 낮추며 메이저업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업체들은 올해 1억2000만대 가량의 휴대폰을 전세계 시장에 공급하며 30% 가량 시장을 점유했다. 노키아를 제외하곤 국내 업체들에 맞설 상대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국내 시장은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지켜낸 반면 LG전자는 팬택&큐리텔에 밀려 고전했다. 팬택&큐리텔은 내수 시장 진입 첫 해에 13∼15%라는 시장점유율을 기록, 내수시장 빅 3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내년 휴대폰 시장에선 중국과 일본의 성장으로 국내 업체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은 카메라폰 등 첨단 휴대폰으로 무장해 후발 업체들과 격차를 벌리는 동시에 하이엔드 제품군으로 수익을 높일 계획이다.

 ◇통신장비부문=올해 국내 통신네트워크장비 시장은 지난 2001년 이후 이어진 경기불황의 여파가 심화됐으나 VDSL, 인터넷전화(IP 텔레포니) 등 신규 분야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스위치·라우터 등 국내 LAN장비 시장은 지난해 6020억원보다 1.4% 줄어든 5937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며 광전송장비 시장은 655억원 규모로 지난해 636억원에 비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AN장비 분야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스위치의 라우터 시장 잠식현상이 거세졌으며 10기가비트이더넷스위치 상용화가 핫이슈로 부상했다. 광전송장비 분야는 통신사업자의 투자 축소로 인해 대규모 신규 프로젝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증설 및 교체수요가 시장을 이끌었다.

 초고속인터넷장비시장에서는 VDSL이 연초 20Mbps에서 하반기에는 50Mbps로 속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시장을 주도해나갔지만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인해 장비업체에는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를 남겼다.

 인터넷전화는 다국적업체들의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힘입어 국내 대기업 및 금융기관으로 급속히 확산되며 차세대 주요 전략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밖에 이동통신장비 분야는 당초 기대했던 WCDMA 투자가 대폭 축소 또는 지연됨에 따라 기지국 및 중계기업체들에는 적지않은 타격을 입은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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