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휴대폰 하나론 안되겠다"

 “노키아는 더이상 세계 1위의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로 안주할 수 없다.”

 세계 휴대폰시장의 거인 노키아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서 단말기 제조에 치우친 현 사업구조를 다원화하고 3세대 이통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노키아가 이달안에 휴대폰과 네트웍스로 구성된 기존 사업부 체제에 멀티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스 등 2개 사업부를 추가해 총 4개의 사업부로 확대, 재편한다고 보도, 9월말의 외신보도를 재확인했다.

 이번 노키아의 구조조정은 휴대폰만으로 고성장, 고수익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새삼 세계 휴대폰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설된 2개 사업부는 각각 일반 소비자와 기업시장의 신수요 창출을 겨냥하면서 기존 휴대폰 사업부에서 갈라져 나왔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9월 노키아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 경영진에 비핀란드인을 영입하고 게임 겸용 휴대폰 ‘엔게이지(N-Gage)’를 출시하는 등 잇따른 파격행보의 연장선 상에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노키아가 수익성이 급감하는 휴대폰 시장에 남아있느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기업발전을 지속하느냐를 결정하는 갈림길에 섰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유럽시장에서만 51%대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던 노키아는 올들어 점유율이 42%대로 급락했다.

 새로운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한 배경은 결국 돌파구 마련이다.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은 지금까지 40%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치고 있다. 하이엔드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소니에릭슨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에서 지멘스와 치열하게 다투게 된 상황이다.

 이는 노키아가 바(bar)타입 휴대폰만 고수하는 동안 아시아 경쟁자들은 인기 높은 폴더형 기종으로 유럽시장을 잠식해왔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뒤늦게 디자인전략을 수정하고 내년 1월 자사 최초의 폴더형 휴대폰(모델명 7200)을 판매할 예정이나 아직 제품 종류와 기능면에서 경쟁력이 달리는 상황이다. 노키아는 또한 3세대 이통시장에 대한 대응이 늦다는 것도 기술적 문제로 지적된다. 허치슨을 비롯한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3G 단말기 부족 대란을 호소하는 시점에서 노키아가 다양한 3G 단말기를 대거 쏟아내지 못한 것도 세계 1위 업체답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노키아는 유럽시장에서의 점유율 감소를 북미, 인도, 중국, 러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로 극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키아가 구조조정에 성공하더라도 게임시장에선 닌텐도와 MS란 두 거인과 경쟁해야 하고 3세대 휴대폰 시장에선 한국, 일본업체들이 이미 앞선 기술로 달려가고 있어 더욱 위협적인 경쟁에 내몰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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