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은행권 책임 전가…당국 중재 시급
LG텔레콤·KTF에 이어 SK텔레콤이 내년 3월 상용화를 목표로 우리·하나 등 4개 시중은행들과 모바일뱅킹 사업제휴를 선언하면서 당초 우려했던 서비스 호환 문제가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서로 다른 기술 표준을 고집하고 있는 이동 통신 3사와 은행권이 서비스 호환의 책임을 상대 진영에 전가하고 있어 기술표준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는 형국이다. 특히 기술표준을 둘러싼 사업자들의 소모적인 논쟁은 사용자 편익은 무시한 채 각자의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서비스 내용에 대한 정확한 검증과 감독당국의 중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와 시중은행들은 모바일뱅킹용 핵심기반 기술인 IC칩카드 암호화기술 표준(3DES/SEED)을 놓고 더욱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기술표준을 둘러싼 공방전은 SK텔레콤이 4개 시중은행과 모바일뱅킹 사업을 선언, 자사의 IC칩카드 암호알고리듬인 SEED가 금융권의 유일한 표준이라고 발표하면서 불을 지폈다. 앞서 출시된 LG텔레콤과 국민은행의 ‘뱅크온’ 서비스는 국내 기술 표준을 무시한 독자기술이라며 이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이에 발끈한 LG텔레콤은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 “국민은행과 뱅크온 서비스를 준비할 당시만해도 SEED가 표준기술이 아니었고 또 이는 모바일 뱅킹이 아닌 신용카드칩용 암호기술”이라면서 “우리가 호환도 안되는 서비스를 먼저 제공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 역시 “SK텔레콤이 SEED를 채택키로 한 것은 앞서 SK텔레콤이 보급한 35만대의 가맹점용 단말기에 3DES 규격을 탑재한 것과도 호환이 되지 않는다”면서 “호환성 문제는 SK텔레콤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다시 반박자료를 내고 “당초 모네타는 SEED를 표준으로 선정하기 전에 시작한 서비스여 3DES 규격을 지원했다”면서 “앞으로 보급할 모바일 뱅킹용 단말기에 복수의 암호화 알고리듬을 넣으면 호환성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또 “신용카드용 스마트카드 암호화 알고리듬과 모바일뱅킹용 암호화 알고리듬이 별개일 수 없다”면서 “LG텔레콤은 뱅크온 서비스에 금융결제원이 정한 SEED 규격을 반드시 채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이후 은행권과의 추가 제휴에도 SEED 방식을 사용할 계획인 반면, 국민은행은 기존 3DES를 중심으로 KTF 등 이통사와의 제휴를 확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업자들의 기술표준 공방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민은행이나 LG텔레콤, SK텔레콤 모두 이미 보급한 설비 등 투자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표준 이슈를 왜곡한다”면서 “하루빨리 상호 호환성 문제에 대한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통사들과 은행권의 암호기술 표준논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 당국인 정보통신부와 금융감독원은 사실상 수수방관하면서 업계의 소모전은 해결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은행권내에서도 IC칩카드 암호기술 표준을 놓고 최근에는 감정 대립까지 치닫는 형국이어서 자발적인 타협점을 모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금융 IC칩카드용 암호화 표준은 소관업무가 아니어서 주도적으로 나서기도 어렵다”고 물러났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