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요 국가전산망이 최근 잇따라 가동이 중단된 사태는 IT강국의 허와 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계에 IT강국임을 자랑하던 그간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주요 국가전산망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돼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교통전산시스템과 주민전산망 등 주요 국가전산망의 가동 중단 원인이 외부 해킹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부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인재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전자정부 구현을 기치로 내건 정부의 다른 주요 국가전산망은 가동에 문제없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차제에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다른 주요 국가전산망 전반에 대한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재난에 대비한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세계 선두에 서야 한다며 IT강국 구현을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해 왔다. 그 결과 한국의 정보화 수준은 세계 4위로 평가 받았고 ITU의 무선인터넷 지수도 세계 7위에 올라있다. 초고속망이 전국으로 거미줄처럼 깔려 있다. 이같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자정구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외형적 성과와는 달리 주요 국가전산망 관리수준이 무방비라 할 정도로 허술하다면 IT강국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심각한 일이다.
경찰청 교통전산시스템은 4일만에 정상 가동되긴 했지만 가동 중단으로 수많은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행자부 주민전산망도 40여분 동안 가동이 지연되면서 전국 234개 시군구청과 3647개 읍·면·동사무소 등 총 3900여 민원발급창구에서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등이 일시 중단됐다.
이번 주요 국가전산망 중단 사태는 그 원인이 지난해 인터넷대란처럼 해커 공격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관리소흘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계적인 결함이 아니라 업무이관과 철저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 일어났다는 점에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경찰청 교통전산시스템은 원인을 파악한 후에도 서버 공급 업체에서 해당 부품을 확보하고 있지 않아 외국에서 들어 왔다니 관리상태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국가전산망은 IT인프라가 복잡하고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동이 중단될 개연성은 있다. 문제는 가동중단 등 오류에 대비해 정부가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했더라면 이번 처럼 국민이 불편을 겪는 사태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 전산시스템의 경우 전 국민이 이용하는 보편적 서비스를 책임지는 만큼 안정성이 생명인데도 이를 소흘히 한 것은 큰 문제다.
정보화의 급진전으로 인터넷은 이제 인간생활을 영위하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아 생활의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전산망을 통해 일상생활의 현안을 폭넓게 처리한다는 점에서 철저한 관리와 재난발생시 대비책 마련은 필수사항이다.
사후약방문이 되겠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요 국가전산망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완벽한 재난복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시스템 개발 및 운영에 대한 관리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일상적인 점검과 철저한 유지보수 서비스에 대한 보장권 확보 및 책임자를 지정해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보시스템은 구축 못지 않게 완벽한 사후관리로 국민이 신속하게 마음놓고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정부 책임이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3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4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5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7〉똑똑한 비서와 에이전틱 AI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6〉산업경계 허무는 빅테크···'AI 신약' 패권 노린다
-
8
[데스크라인] 변하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
9
[ET톡] 지역 중소기업
-
10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