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창업 이후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내 나이에 앞서 회사의 나이를 먼저 꼽아 보게 된다. 이제 네살이다.
4년전 정부출연연구소 재직시 창업을 위해 작성했던 사업계획서를 얼마 전 다시 꺼내 본적이 있다. 창업 당시의 사업계획서을 살펴보면 지금보다 2배 이상의 발전했어야 했다. 그 당시 어느 정도 현실감 없이 작성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창업한 뒤 한살두살 힙겹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창업 후 5년째를 맞아 중장기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작업임은 분명하다. 사업계획서를 다시 짜고 있는 지금 ‘IT 경기 침체’ ‘협소한 국내 시장’ ‘경쟁의 가속화’ ‘자금 조달의 경직성’ ‘내부조직의 누적된 피로감’ ‘짧아지는 기술 사이클’ ‘거래 기업의 부도’ 등 요즘 기업환경을 표현하고 있는 수많은 말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아마도 한해 사업을 결산하고 내년도 사업전략과 계획을 세우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고민일 것이다.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은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실한 사업 구조를 통한 고정 수익 창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현금흐름 및 리스크 관리’ ‘조직의 인텔리전스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설계’ ‘지속적인 기술 혁신’ 등에 대한 목표와 실행계획을 짜는 작업이다. 또 다시 힘을 내 멋진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창업 후 네살을 보내는 2003년은 유난히 잊혀지지 않을 해다.
안타깝게도 거래 기업이 갑작스런 법정관리에 들어가 일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벤처기업은 외부 영향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위한 버퍼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벤처기업들에게 현행 법정관리와 관련된 회계 기준과 세무 기준은 너무 가혹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투자신탁회사 등 금융기관의 경우 증권투자신탁업법 규정에 의해 법정관리회사의 채권에 대해 현재가치 할인 후 최소 50%를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다. 일반기업은 특별한 규정이 없어 회계감사법인은 위 규정을 준용하여 최소 50%의 대손충당금 설정을 요구하게 된다.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게 되면 충당금액만큼 대손상각비가 당해년도에 발생해 회계상 손실이 발생하게 되나 법인세법 상으로는 원금손실이 없다는 이유로 손비로 인정이 안되는 모순이 나타난다. 즉, 회계상으로는 대규모의 손실이 발생하고 세무상으로는 손실액에 대하여 전혀 손비 인정이 안되는 것은 법정관리 채권자로서 피해자인 기업에 대한 이중 부담이 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법규 개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나이는 많아야 이제 10살 남짓한 소년기에 접어 들었을 뿐이다. 이제 벤처기업의 수나 대규모 투자유치 등으로 벤처의 꿈을 얘기하던 걸음마 수준의 미취학 아동기를 지나 기술력은 물론 사업성과 수익성의 잣대로 평가받는 때를 맞고 있다. 혼자 살아가게 놔둬서도 안되고 또 모든 것을 의지하게 해서도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그동안 기술혁신형 벤처기업들이 국가 산업구조 경쟁력 강화와 수출 증진, 고용 창출 등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친 영향과 역할은 크고 다양하다. 또 앞으로 정보기술,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을 중심으로 한 국가 신성장동력의 실행자로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사람이 소년기에 대부분의 가치관이 정립되듯 이제 소년기를 맞은 벤처기업을 위한 올바른 제도와 효과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벤처기업 종사자들 또한 다시금 신발끈을 동여 매고 뛰어야 겠다.
벤처기업의 멋진 성인식을 기대해 본다.
◆ 한미숙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mshan@heri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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