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이동통신’이라 불리며 국내 IT산업의 성장동력으로 기대된 비동기식 IMT2000(WCDMA)서비스가 ‘계륵’으로 전락했다.
연말 상용서비스를 코앞에 두고도 사업자들은 대고객 홍보활동이나 가입촉진 마케팅 프로그램의 가동은커녕 서비스 개시일조차 확정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행보만 거듭하는 데다 정책 당국도 상용화 일정 준수 외엔 별다른 수요 진작책을 내놓거나 사업자를 독려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산업계 관계자들은 “이전의 통신서비스 출범에선 전혀 볼 수 없던 현상”이라며 사업자나 정책 당국의 무관심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KTF는 9일 수도권 8개 지역에서 연내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원칙만 잡았을 뿐, 구체적인 서비스 개시일과 요금제 등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브랜드와 가입자 확보 방안 등에도 아직 밑그림을 마련하지 못했다.
KTF 관계자는 “연내 개시할 예정이나 아직 최종 확정일을 잡지 못했다”면서 “요금제도 EVDO 서비스인 ‘핌’과 비슷하게 음성 통화량은 10초당, 무선데이터는 패킷당 기본 요금을 정한다는 방침만 정했을 뿐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정부로부터 이용약관에 대한 인가를 받아야할 SK텔레콤 역시 정부에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을 담은 약관을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대외적 약속인 만큼 연내 상용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으로 28일이나 29일께가 유력하다”면서 “브랜드나 요금제도, 가입자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이용약관은 현재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두 사업자는 나아가 WCDMA서비스가 cdma와 WCDMA를 로밍시키거나 지역을 월경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핸드 오프 문제 등을 아직 개선하지 못한데다 단말기가 2개의 칩을 사용해 배터리 소모량이 많고 종류도 다양하지 못해 서비스 확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KTF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서비스 품질이 오히려 EVDO보다 떨어지고 안정성이 불안한데 시장선점을 위해 상용화하는 만큼 사업자들이 미납한 나머지 출연금 6500억원을 투자비로 돌려주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이용약관과 마케팅 프로그램을 마련중이며 준비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약속이고 산업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로 사업자의 의지문제이지 다른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통부는 사업자의 정책적 지원 요청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유보하는 데다 사업자의 적극성을 끌어낼 정책 수단도 내놓지 않아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신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나 정책 당국 관심은 온통 번호이동성에만 가 있는 듯하다”라면서 “사업 허가를 내줄 때 그들의 의욕과 열정은 다 어디로 갔는가”라고 되물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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