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투사 퇴출 찬바람 "내넌 더 걱정"

대부분 조합 내년 만기…해산 줄이을 듯

160여개에 달했던 창업투자회사가 최근 2년새 118개사로 줄어들었다. 4개 가운데 1개가 투자수익 저조로 퇴출된 것이다. 특히 조합결성 및 투자집행 여력을 가진 일부를 제외하고는 창투사 대부분이 저조한 투자수익과 신규투자 동결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같은 감소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7일 중소기업청 및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8개사에 달하던 창투사는 올들어 매달 1개 꼴로 줄어들어 12월 현재 118개사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서울창업투자를 비롯, 골든보우창업투자·팬아시아캐피탈 등 3개 창투사의 등록이 자진 반납 형태로 취소됐다. 이들 업체는 설립 3년 이후 납입자본금의 50% 이상을 집행해야 하는 조항을 지키지 못했거나 최근 1년동안 신규투자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창투사의 이같은 시장퇴출은 내년에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최근 정부의 지원으로 조합결성에 어느 정도 숨통이 틔었지만 그 숫자가 11개사에 불과한데다 내년부터는 운용기간(5년)이 만료되는 투자조합이 잇따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만기를 맞게 되는 투자조합은 지난 99년 결성된 82개(1895억원), 2000년 결성된 194개(7374억원) 등이다. 업계는 이들 만기조합의 운용성과에 따라 업체간 재편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상당수 조합들의 투자실적이 저조한 데다 일부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회수(exit) 창구를 마련하지 못해 조합해산시 원금 및 수익배분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기업 인수합병(M&A), 장외거래 등도 여전히 부진해 업계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인찬 실장은 “내년에는 조합만기가 도래하면서 창투업계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민간부문의 펀드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요 출자자가 된 정부·연기금 등은 결국 수익성과 투명성 등 사후실적을 토대로 선별 출자에 나설 수밖에 없어 부실 창투사 걸러내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는 각 창투사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적절한 구조조정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내년에는 그 수가 100개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내년도 창투 업계의 시장구도는 각 사가 어떻게 M&A 등을 통한 회수시장을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창투업계는 M&A 시장과 IPO 이전의 투자지분 인수를 위한 2차(세컨더리) 펀드 시장의 활성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한국기술투자 등 대형 창투사를 중심으로 평균 2∼3건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소형 창투사들은 M&A 중개시장에도 뛰어들 태세를 갖추고 있다. 투자기업간 M&A 외에 창투사간 M&A도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창투사간 합병시 ‘합병 창투사수×100억원’의 자기자본 기준을 창투사 설립시 납입자본금 기준인 1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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