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덕` 30돌…새로운 도약 기대한다

 한국 과학기술의 중심지인 대덕연구단지가 30주년을 맞아 재도약을 다짐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하겠다. 대덕연구단지는 지난날 IMF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지식 산업 중심지로 확고한 위치를 구축했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향도역할을 해왔다.

 더욱이 기술시대를 맞아 첨단과학기술의 효율적 개발과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나아가 한국이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전하려면 대덕연구단지의 위상 재정립은 절대 필요한 것이다. 재도약을 위한 장기적 발전전략이나 도출된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대덕연구단지는 한국과학기술의 산실로써 제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덕연구단지가 우리나라 IT와 BT뿐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의 메카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대덕연구단지의 입주 연구기관만 230여개에 달하고 연구인력만 1만8000여명에 이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한 CDMA를 비롯해 반도체와 이동통신이 우리 수출주력상품으로 자리잡은 것도 이곳 연구원들의 땀과 노력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산업구조의 선진화나 고급 과학기술 두뇌양성과 공급기능도 충실히 해 왔다.

 그러나 이런 핵심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과학기술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 중심에 있는 대덕연구단지도 예외가 아니다. IMF이후 연구기관의 구조조정과 과학기술 추진체계개편이 추진되면서 일선 연구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그 파장으로 이직현상도 늘고 있다. 우수인력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날로 심화되어 급기야 전국 이공계 학장들이 대학입시 및 이공계교육제도의 전면 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모든게 이공계 기피현상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정부도 이공계출신 공직진출확대와 이공계 대학생 장학금 지급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그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대덕연구단지를 세계적인 연구개발거점으로 육성하지 못하면 제2의 과학기술입국 구현이나 국가의 번영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대덕연구단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정립은 중요하다고 본다. 지나치게 단기성과제와 그 성과위주로 연구하고 평가할 경우 안정적인 기초기반기술이나 선행연구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산업적 기여도를 중시하는 평가를 하면 차세대 기술개발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술개발이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연구인력이 장기비전을 갖고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질 때 우수인력이 몰리고 기술강국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러자면 각 기관별 연구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따라 개발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기성과에 치중하면 독자기술개발은 기대할 수 없고 항상 남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특히 출연연의 경우 연구개발에 대한 정책적 결정과 그것에 대한 평가를 달리해야 과제성격에 맞는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고 사업화도 추진할 수있다.

 연구인력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지자체나 대기업과의 협력도 적극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특구지정 등 단지에 대한 특별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국민적 지원속에 대덕연구단지가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의 혁신과 함께 2만달러시대를 여는 국가기술발전의 역동적인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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