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정치·사회적 이슈로 경제 문제가 다소 관심사를 벗어나는 듯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두자릿수에 달하는 백화점 매출 감소율이나 7%에 육박한다는 청년 실업 문제 등과 같이 장기적인 불황에 따른 경제문제야 말로 부지불식간에 닥친 동장군의 위세 만큼이나 우리들의 마음을 춥고 을씨년스럽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빠른 길은 어디에 있을까.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자상거래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필자로서는 IT투자의 확대야말로 경제불황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때 일수록 해외 선진사례는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미국이 지난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추진했던 뉴딜정책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지난 33년 루즈벨트 정부에 의해 실시된 종합적인 불황 극복책으로 제시된 뉴딜정책은 ‘테네시강 유역개발’과 같은 대규모 투자사업을 통해 경제 회복을 도모했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이 정책은 놀랄 만한 성과를 가져왔다. 한 예로 실업률의 대폭적인 감소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뉴딜정책 실행초기에 무려 26%에 육박했었지만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던 40년대에는 4%대로 대폭 감소되었던 것이다.
30년대에는 제조와 건설 중심의 산업사회였기 때문에 경제회복 정책 또한 이들 분야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IT가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지금은 불황 극복을 위한 투자 역시 IT에 집중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IMF 외환위기 상황이던 지난 98년의 경제성장률이 -6.7%였던 IT산업은 20.7%를 나타내며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2001년에는 12.3%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는데 IT산업은 이보다 3배가 넘는 41.2%의 성장을 기록함으로써 고성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IT산업의 고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IT투자는 아직까지 선진국 수준에 많이 뒤떨어져 있다. 한국전산원의 ‘2003 국가 정보화백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2002년도 매출액 대비 IT투자 비율은 1.01%. 미국 제조업(2001년도 기준)의 2.37%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낮은 수치다.
더구나 지난 10월 한 조사기관이 매출순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4년도 IT투자 계획’에 의하면 241개 응답 기업 중 45% 만이 투자를 늘릴 계획이고 나머지 55%는 축소하거나 현상유지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불황이 깊어감에 따라 IT투자 마인드 역시 점점 감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경제 회복을 갈망하고 있는 우리에게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업들 대부분이 IT투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이 국내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5%에 이르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IT투자 확대가 절실한 것으로 응답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필요성을 인식만 하고 실제적인 투자를 꺼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밀집모자는 겨울에 사라’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가격이 비싼 여름철 성수기에 밀짚모자를 사는 것보다 비수기인 겨울철에 싸게 사는 것이 유리한 것처럼 주식도 가격이 쌀 때 매입하는 것이 좋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일반적인 투자에 적용해 보면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아무도 투자할 마음을 먹지 못하고 있을 때야말로 투자의 적기다’라고 풀이해도 좋을 듯 싶다.
참여정부의 시책도 IT투자에 비중을 두고 있는 이때에 우리업계는 가일층 IT투자에 눈을 돌려서 생산성 향상과 품질 고급화에 힘을 쏟아 불황 극복의 지름길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정득진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원장 djjung@kie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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