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그거 무슨 검이예요?” “00인데요” “네∼난 언제 그 검을 장만하나….”
대부분의 국산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은 사냥을 통해 캐릭터를 육성하도록 설정돼 있다. 캐릭터를 빨리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냥효율을 높여야하고 사냥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욱 좋은 장비를 갖춰야만 하는 구조다.
실제로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은 자신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무기나 방어구보다 한단계만 올라간 것을 사용해도 사냥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유저들이 새로운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앵벌이’를 불사해가며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다.
최근 한 아이템 현금거래 중계사이트에서 아이템 대여를 새로운 사업모델로 내놨다. 당연히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영업방해’라며 강력히 대처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구나 이 사이트에서 시작한 아이템대여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신청이 벌써 수천건에 달했다고 한다. 인기 온라인게임의 일부 아이템은 수천만원을 호가 정도로 고가여서 거래가 자주 이뤄지지 않지만 이를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줄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누구나 쉽게 고가의 아이템을 대여해 빠른 레벨업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아이템거래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게임 시스템을 마비시킬 정도로 커다란 파장을 몰고올 것이 뻔하다. 온라인게임은 패치와 업데이트가 생명이다. 게임사는 항상 유저들의 성장속도를 감안해 게임 내 밸런스와 난이도를 조정한다. 또 이에 맞춰 새로운 업데이트 일정을 짜고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게임사에서 유저들이 6개월 동안 즐길 수 있도록 설정해 놓은 게임시스템을 단 1개월 만에 정복해 버린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유저들은 빨리 새로운 사냥터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칠 것이 뻔하다. 그러나 개발일정이 있는 게임사에서는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결국 게임의 재미를 뚝 떨어뜨릴 수 밖에 없고 기다림에 치친 유저들은 하나 둘 게임을 떠나게 될 것이다. 게임사들이 이번 아이템 대여사업을 ‘영업방해’라고 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인터넷 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그렇지만 타사에서 애써 개발한 게임을 망쳐가면서까지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의식은 위험하다. 과욕은 화를 부른다고 했다.
그렇지만 아이템대여를 시작한 인터넷 업체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고 게임사들은 법적 대응을 강구할 예정이다. 지난해 아이템 현금거래 중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없다며 아이템거래 사이트의 손을 들어준 사법당국이 이번 아이템 대여 중계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게임업계의 현실을 보다 정확히 파악한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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