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새로운 팀장으로 발령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간부였다. 아직 젊은 나이였지만 많이 웃어서 생긴 아주 잔잔한 주름이 밝은 창가에서는 보였고, 강직한 표정과 부드러운 미소가 교차하는 얼굴에 비교적 작은 체구를 가졌다. 그런 그에게 이상한 버릇이 있다는 걸 발견한 건 나 말고도 내 옆자리 동료였다.
팀장이 근무시간 중에 껌을 곧잘 씹는 것이 눈에 띄였다. 오래 씹는 것은 아니었다. 한 3분? 날마다 꼭꼭 씹는 것도 아니었다. 불규칙했다. 하루 동안 한번도 껌을 안 씹는 경우도 있고, 많으면 서너 차례 정도 그렇게 짧게 조용히 껌을 씹고는 버렸다. 우와! 이거 팀장 껌 씹는 회수만 세고 있을 것도 아니고. 그런데 너무 궁금한 거다.
고질적인 입 냄새가 있나? 가까운 가족 중에 껌 공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도 있나? 맛보고 품평해달라고 부탁 받았나? 소리를 내면서 씹는 것도 아니고 굳이 쳐다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일이 그다지 신경 쓰일 것까지는 없었지만 직원들의 호기심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그 호기심이 커질 대로 커져서 ‘뻥’ 소리를 내면서 터질 즈음, 궁금증을 견디지 못한 직원 하나가 회식 자리에서 그 까닭을 물었다. 어째서 근무 중에, 그것도 채 단물이 다 빠질 사이도 없이 그렇게 짧게 씹고는 곧 버리시느냐, 너무 궁금하다, 모두들 궁금해 한다….
새내기 팀장은 대단히 미안하고 쑥스럽고 얼굴이 되어 어쩔 줄 몰라했다. 이거 대단한 ‘천기누설’에 해당하는 사항을 물었나 싶어서 직원들 모두 긴장하는데, 그는 예의 그 부드럽고 소탈한 웃음을 크게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여러분들이 거슬리셨다면 미안합니다. 그냥 제 버릇이지요. 무엇 때문에 언짢거나 화가 날 때 혹은 뭔가가 잘 안 풀려서 누군가를 탓하고 싶을 때 껌을 씹습니다. 분명히 남의 탓이 아닌데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거든요. 사람이니까요. 그때 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하나로 껌을 씹게 되었습니다. 남을 씹을 게 아니라 껌이나 씹자는 거죠. 그리고 껌을 휴지에 싸서 버리면서 이내 그런 마음도 쓰레기통에 털어 버립니다. 좀 점잖지 못한 버릇이죠? 거슬리셨다면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아니 그런 깊은 뜻이? 직원들은 모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 이후도 간간이 껌 씹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할 때까지 절대로 남을 탓하거나 흉을 보거나 나쁘게 말하는 것을 아무도 듣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입에선 칭찬과 격려의 말이 주로 쏟아졌는데, 그 일에 참여한 직원들은 내내 힘 안들이고 일했다는 평가를 한다. 직원들은 다른 일로 발령이 난 ‘껌팀장’을 지금도 내내 잊지 못한다.
<전미옥컨설팅대표 sabop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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