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인터넷 `HPi` 단일 표준 유력

LG전자 개발 포기…삼성전자 내년 시제품 전망

 LG전자가 휴대인터넷시스템 개발 포기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공동개발하고 있는 ‘HPi(High-speed Portable internet)’ 시스템이 사실상 단일 표준시스템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30일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어레이콤의 무선접속·기지국 장비 기술을 채택, 독자적으로 휴대인터넷시스템 개발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수익위주의 조직개편과 맞물려 추진이 어렵게 됐다”며 “휴대인터넷보다는 3세대 WCDMA 시스템의 공급과 확산에 집중키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LG, ‘사실상 개발 손뗀다’=LG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ETRI 등 10여개 국내 기관·업체들이 개발중인 HPi가 실제로는 핵심 원천기술을 외국에서 도입하는 등 외산기술과 다를 바 없다며 업계의 HPi 단일표준 채택 움직임을 강력히 비난해왔다. 이와 동시에 LG전자는 내년 9월 상용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어레이콤의 장비기술을 채택, 독자 개발을 강행해 왔다.

 LG전자는 그러나 김쌍수 부회장 취임 이후 현장경영을 통한 수익 위주의 경영방침을 앞세워 수익성이 없는 부문의 경우 개발을 후순위로 미루거나 아예 손을 떼는 방안을 고려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함께 통신장비·서비스사업을 하는 만큼 HPi를 고집하는 정부의 뜻(?)을 거스르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현실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개발 ‘급피치’”=삼성전자는 LG전자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홀가분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LG전자가 휴대인터넷시스템 사업의 주도권을 의식, 국산화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대립해왔으나 아예 시스템 개발에서 손을 뗄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논쟁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3월께 휴대인터넷 기술표준이 정해지면 본격 개발에 나서 하반기면 시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 개발중인 단말기도 내년께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전망=시스템 및 단말기 개발은 일단 삼성전자·ETRI 등의 컨소시엄 주도로 단일 표준시스템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KT·하나로통신·데이콤은 전담반을 출범시킨 상태고, SK텔레콤 역시 사업 일정을 앞당기는 것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휴대인터넷시스템과 단말기의 개발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ETRI·삼성전자의 주장대로 단일 표준시스템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전자가 유일한 장비납품업체가 될 경우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국산화율이 낮아지거나 독점적 공급에 따른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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