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장 통한 투자회수 등 본격화
국내 벤처캐피털들의 해외기업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술투자·LG벤처투자 등 9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해외기업 투자에 나서왔던 벤처캐피털회사들이 최근 들어 나스닥 상장을 통한 투자회수 및 신규투자에 나서면서 글로벌 벤처투자의 가능성을 다시 높이고 있다.
해외기업에 대한 투자와 자금 회수는 선진 투자시스템의 도입이라는 측면과 함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IT 경기를 체감할 수 있는 가늠자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벤처캐피털의 핵심 전략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이후 나스닥 등 주식시장 침체로 다소 소강상태를 보여왔다.
특히 최근에 잇따르고 있는 해외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내년부터 IT경기가 회복 국면을 맞아 주식시장에서 매각조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을 반영하고 있어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기술투자(대표 양정규)는 그동안 해외기업 14개사에 1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해 이미 실리콘이미지·파워컴퓨팅·퀵턴 등 3개사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이 가운데 올해까지 순차적으로 지분을 매각한 실리콘이미지는 약 325억원(수익률 170%)의 투자수익을 거둬 관심을 모았다. 또 캐나다 기업인 아이소테크니카도 토론토 증권거래소(TSX)에 상장돼 두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한국기술투자는 이와 함께 지난 5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중인 여성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한숙자씨를 미주 지사장으로 영입, 이달초 현지 광통신 업체인 인피네라와 약 100만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기술투자는 앞으로 초기 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기술과 시장이 검증된 성장단계(업력 3년 이상) 기업을 적극 발굴하여 증시 상장과 함께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방식으로 투자회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LG벤처투자(대표 구본천)는 지난 2000년초 100만달러를 투자한 미국의 반도체 패키징 업체 테세라가 지난 11일 나스닥에 상장돼 약 400만달러 이상의 투자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01년 260만달러를 투자한 통신용 고주파 IC업체인 GCT에 대해서는 내년 하반기 나스닥 상장을 추진중이다. 190만달러를 투자한 기지국 중계기 장비업체 LGC도 IPO 또는 M&A를 진행하기로 했다. LG벤처투자는 내년에도 IT분야 해외기업에 약 200만달러 규모의 신규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한숙자 한국기술투자 미주지사장은 “현재 미국 나스닥 시장과 실리콘밸리는 모바일·바이오·광섬유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사실상 경기회복 국면을 맞고 있다”면서 “현지 대형 벤처캐피털과 네트워크를 통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