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통신서비스의 발전방향

 우리나라에 공중통신용 전화가 도입된 것은 1903년 3월 개통된 서울과 인천간 시외전화가 최초였으니 통신서비스 이용 역사가 이제 100년이 지났다. 그간 자석식 교환기, 공전식 교환기, 기계식 교환기를 거쳐 전전자 교환기에 이르기까지 통신망은 전화서비스를 기반으로 안정된 성장과 기술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통신망에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모든 것이 변하게 되었다. 인터넷 프로토콜, 즉 IP는 통신 기술의 천하를 통일하며 통신사업자에게 새로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제공하였고 통신 이용자에게는 저렴하고 다양한 서비스 이용환경을 제공하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이후 xDSL 등의 본격적 보급으로 인해 초고속 보급률 세계 1위에 오르게 되었다. 내년이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포화는 진정한 정보화시대 진입을 위한 차세대통신망(NGN) 발전의 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이 웹 기반 서비스를 통한 폭발적인 양적 팽창이었다면 앞으로는 이용자의 생산적 가치창출이 가능하고 국가사회의 기반을 변혁시키는 질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다.

 우선 기존의 서킷통신망과 품질보장이 미흡한 인터넷망은 품질과 보안성이 우수한 광대역의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는 패킷 통신망으로 전환되고 이용자와 이용자를 잇는 전체 네트워크 인프라는 광케이블로 연결되게 된다. 그리고 통신망 기술이 All IP로 통합 발전함에 따라 유선망과 무선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통합된 백본망을 기반으로 유선과 무선이 결합된 형태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되며 이미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입과 귀를 이용하던 통신에서 눈과 손으로 하는 통신으로 발전하였고 앞으로는 눈, 귀, 입, 손이 함께 사용되는 멀티미디어통신으로 진화할 것이다. 멀티미디어통신의 특징을 네트워크 측면과 서비스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표준화된 개방형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연결하는 물리적 네트워크와 이를 제어 관리하는 집중화된 스위치 그리고 누구든지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제공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버군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네트워크와는 독립적으로 신속한 서비스 개발 제공이 가능하고 이용자 개개인의 요구정보를 활용하여 다양한 부가서비스 창출이 가능한 특징이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개방형 서비스 기술을 이용한 개방화, 광대역 영상서비스를 제공하는 광대역화, 음성과 영상·데이터는 물론 유무선·통신방송을 융합하는 통합화 그리고 이동성과 같이 이용자 개개인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개인화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궁극적으로 개방화된 광대역 통신망 환경에서 이용자 중심의 통합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이와 같은 멀티미디어 통신환경은 수년 내에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 변화를 유도하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사회질서의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 기업과 가정 등 사회 전반의 프로세스가 영상, 이동성, 위치성 등을 이용하여 네트워킹화되고 시간과 거리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개인 휴대 단말기의 활성화는 이를 더 촉진시킬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업자들은 최근 수년 동안 개방화된 경쟁환경과 정액제 기반의 서비스 제공으로 여전히 제한된 성장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IT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IT 산업의 근간인 통신사업의 건실한 발전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 흐름에 부합하는 다각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예컨데 서비스 제공 및 이용에 대한 대가 기준을 보다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종량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비스 번들링과 유무선 통합이라는 시장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이용자 편익 제고뿐만아니라 통신 산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이와 같은 통신 산업 기반 내실화를 위한 노력은 통신 서비스의 발전이 국민소득 증대와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이는 다시 정보 인프라를 고도화시키는 선순환 구도를 마련하는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 이용경 KT 사장 ceo@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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