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동통신업체들 사이에서는 불법과 편법이라는 단어가 난무한다. 논란이 되는 약정할인(일정기간을 쓰도록 계약하는 고객에게 주는 할인 혜택)이나 단말기 변경시 지급하는 보상금, 그리고 식별번호에 대한 브랜드화 등도 마찬가지다. 서로 상대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광고를 하거나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법적제소를 준비중이다.
이를 보고 있는 소비자들은 도대체 누가 불법을 저지르는지, 편법을 취하는지, 옳고그름을 분간할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혼란의 발단이 바로 정책을 입안하고 규제와 감시를 담당하는 정책당국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LG텔레콤과 KTF는 번호이동성제도를 확산시키고 이통업계의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단말기 보조금을 부활하고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SK텔레콤은 후발사업자들이 불법을 행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단속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보통신부는 건의 내용에 대해 직접이든 관계 당국을 통하는 간접 방식이든 이른 시일안에 유권해석을 내리거나 입장을 밝히고 위반시 가능한 제재 수단을 쓰면 된다. 하지만 정통부는 이같은 방법보다는 업계 대표들을 불러모으는 간담회를 택했다. 장관이 위법하면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업계 대표들이야 주무장관의 얘기니 들을 수밖에 없겠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데 귀에 담아둘지는 미지수다.
간담회 이후 업계 반응도 그랬다. 업체들은 “정부의 중재가 얼마나 가겠냐”며 곧 다시 편법을 동원할 방안을 모색중이고 정통부 담당자는 “단말기 기기변경에 대해 보상금을 주는 게 어떻겠냐”며 여론만 슬며시 떠보고 있다.
이쯤되면 정부나 업체나 그간 해온 게 여론몰이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특히 정통부의 애매한 태도는 결국 ‘우는 아이 떡준다’는 인식만을 만들어 편법과 불법을 조장할 수 있다.
정통부가 혼탁 경쟁을 막기 위해 시급한 일은 ‘강력한 제재 선언’이 아니라 기업을 범법자로 안만드는 ‘명확한 입장 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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