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덱스(COMDEX)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세계적 정보기술(IT) 전시회인 컴덱스는 매년 봄, 가을로 두 차례 열린다. 봄 행사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열리는 데 반해 ‘가을 컴덱스’는 라스베이가스에서만 열리고 있다. 첫 행사는 24년 전인 1979년 열렸다. 세계 경제 회복론이 솔솔 불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2003 가을 컴덱스’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 오전 9시(현지시각 16일 오후 7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개막 연설을 시작으로 6일간의 문을 연다.
‘Computer Dealers Exposition’의 줄임말에서 알 수 있듯 애초 컴덱스는 컴퓨터 관련 전문전시회였다. 세계최초 16비트 PC인 IBM의 ‘PC 5150’이 바로 1981년 컴덱스에서 선보였다. 또 3년 뒤에는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가 데뷔했다. 첫 386PC인 컴팩의 ‘데스크프로 386’도 컴덱스에서 신고식을 했다.
윈도3.1을 비롯해 MS의 수많은 ‘윈도 슈퍼스타’와 신제품들이 컴덱스를 통해 ‘깜짝쇼’를 하곤 했다.작년에는 손목시계 등 모든 전자제품에 컴퓨터 기능을 접목한 소위 ‘스폿(SPOT:Smart Personal Object Technology)’이라는 기술이 화제를 모았다. 올해도 빌 게이츠는 ‘로네스타(Lonestar)’라는 코드명을 가진 차세대 태블릿PC 운용체계(OS) 등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컴퓨터산업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그동안 전세계 IT산업을 이끌어 왔던 컴덱스가 서서히 빛이 바래고 있다는 소식이다. 참가업체와 관람객이 2000년을 고비로 급감하더니 급기야 올해는 참관객이 2000년에 비해 4분의1에 불과한 5만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주최측은 보고 있다.
잘 나가던 컴덱스가 비틀거리고 있는 것은 물론 경기 침체라는 외부 요인이 결정적이지만 컴퓨터와 관련 없는 마사지 의자나 사무용 가구까지 출품시켰던 주최측의 ‘미스’도 한 원인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컴덱스 추락은 ‘잘 나갈 때 잘해야 한다’는 평범한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방은주 국제기획부 차장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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