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와 종교의 나라 인도의 중남부에 위치한 하이데라바드(Hyderabad). 시내로 들어서자 오토바이 릭샤와 자동차, 버스들이 서로 먼저 가겠다고 경적을 울려댄다. 차와 사람들이 뒤엉켜 혼잡하기 그지없다. 혼을 빼놓는 시내를 벗어나면 곧바로 농촌이다. 1차선 도로에서 트럭과 소떼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북쪽으로 30여분쯤 자동차로 달리다보면, 벼가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논 옆으로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정문을 통과하면서 지금까지의 혼잡을 한 순간에 잊게 해주는 ‘오아시스’가 펼쳐진다. 안으로 들어가면 울창한 숲과 녹색의 잔디밭, 현대적인 건물 등 휴양지같은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이곳은 1987년 ‘가족 회사’에서 출발해 불과 10여년 만에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서비스회사로 발돋움한 ‘새티암(Satyam) 컴퓨터서비스(http://www.satyam.com)’의 본사이자 기술센터다.
‘새티암 캠퍼스’로 불리는 이 곳은 △IT단지 △새티암 클럽(골프장·영화관·수영장·헬스클럽·테니스장·크로켓 운동장·당구장·승마장·농구장) △주거단지(200개 방)로 나눠져 있다. 사슴·조류장를 포함한 동물원도 딸려있다. 새티암의 철학인 ‘창조’와 ‘교육’을 염두에 두고 첨단기술을 활용해 짜여진 공동체 그 자체다.
산스크리트어로 ‘진리(Truth)’를 뜻하는 새티암은 전세계 6대륙 45개지역에 걸쳐 1만1500여명의 인력을 갖춘 종합 IT솔루션 서비스 회사다. 전세계 18개지역에 개발센터를 운영하면서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90여개 기업을 포함해 300여개 다국적기업에 IT 솔루션 개발·관리 및 시스템통합·컨설팅·비즈니스프로세스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가 지지 않는 IT서비스 회사’라는 업계의 수식어가 과언이 아니다.
20∼40년의 역사를 가진 인포시스·위프로·TCS의 뒤를 이어 인도 IT서비스회사중 가장 젊은 새티암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1997년 이후 매출은 매년 평균 45%씩 성장했다. 특히 이익률은 전체매출의 무려 30%를 웃돈다. 매출도 북미(75%)와 유럽(12.5%)에 집중돼 있다. 인도에만 안주하지 않고 국경을 초월해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기업전략그룹의 티아가라잔 K. 수석부사장은 “해외 고객중에는 제조·통신·금융·자동차·전기전자장비 산업분야에서 세계 10위 안에 드는 회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새티암이 불과 10여년만에 글로벌 IT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 중 하나는 ‘역외(Off-shore)’ 개발이라고 하는 서비스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B. 라마 라주 사장은 “지난 1991년 IT서비스업계 중 최초로 ‘역외’ 개발서비스를 선보였다”며 “인도를 포함한 해외 18개지역 50여개 개발센터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고객사이트에서 상주해 개발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IT개발·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1999년초 소프트웨어 개발프로세스 성숙도 인증모델인 CMM(Capability Maturity Model)의 최고단계인 레벨 5를 획득해 고품질의 제품관리 및 납기단축·결함감소·생산성향상·고객만족도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에 올라있는 것도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아가 CMM을 개발한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과 함께 지난해 아웃소싱서비스 성숙도의 국제인증 모델인 e-SCM을 개발해 글로벌 IT서비스업체로서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세계 유수 IT 기술·제품을 개발하는 80개사와 끈끈한 제휴를 맺고 있고, 인도에 기업 애플리케이션 공급을 위한 최대 규모 기지를 갖춘 점도 새티암의 성장 원동력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과학자와 노벨수상자들의 이름이 붙은 각 교육센터에서는 신기술 교육이 한창이다. 이곳에서는 아키텍처·프로젝트관리 콘퍼런스 및 기술 평가 세미나가 수시로 열린다. 거북이가 노니는 대나무숲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설계된 기술센터에서는 GE·메릴린치 등 해외 고객들이 위탁한 IT개발이 3교대로 24시간 진행되고 있다. 엔지니어중에는 인도 유명 공과대학인 IIT·REC 및 인도경영대학을 나온 프로그래머들이 절반을 넘는다. 인도 전통의상인 빤자비 드레스를 입은 여성 프로그래머들도 쉽게 눈에 띈다. 인력담당 머티 A.S. 부사장은 “15개 나라로 구성된 다국적 직원의 80%가 엔지니어와 컴퓨터관련 전공자”라며 “연간 최대 80시간 필수로 기술교육을 실시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새티암에서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직원들이 각자 자신을 기업가이자 리더라는 자세를 갖도록 권장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아디이어는 언제든 환영받는다. 물론 보상도 뒤따른다.
B. 라마 라주 사장은 “‘기업가 정신’은 새티암의 핵심 가치중 하나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리더처럼 행동한다. 특히 직원들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위험을 기꺼이 감내할 줄 아는게 새티암만의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동물원 옆 정원 나무들에서도 새티암의 위치를 엿볼 수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에 이어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그레이그 베럿 인텔 회장, 제임스 모건 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회장 등이 새티암 본사 방문을 기념해 심은 나무들이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마하티르 말레이지아 총리도 이곳을 다녀갔다.
‘하이데라바드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라마링가 라주 새티암 회장은 “새티암은 인도의 IT수출 붐을 창조했던 주문 즉, ‘해외 고객에게 값싸고 고품질의 소프트웨어 솔루션들을 제공한다’는 간단한 원칙을 따랐을 뿐이다”며 세계적인 IT서비스회사로의 성장배경을 압축해 설명했다.
<하이데라바드(인도)=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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