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는 혐오스런 곤충의 대명사처럼 여겨지지만 생긴 모양이 동전 비슷하고 음식물이 풍부한 부자집에 산다고해서 한때는 ‘돈벌레’라고도 불렸다. 요새야 집안에서 바퀴벌레를 보는 순간 바로 죽여버리지만 ‘돈벌레’라고 불리던 시절에는 그래도 귀한 대접을 받았던 모양이다. 부자집 부엌에 숨어있는 ‘돈벌레’를 이웃집에서 몰래 훔쳐갔다는 얘기가 지금도 전설 처럼 인구에 회자되곤 한다.
곤충학적으로 보면 바퀴벌레는 습기가 많은 열대 지방에 많이 서식하는 야행성 곤충이다. 고생대 석탄기에 등장해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4000종 이상이 인간들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빈대와 함께 ‘살아 있는 화석’으로 추앙(?)받기까지 한다. 밝혀진 바로는 군집성이 매우 강하고, 개체수의 밀도가 생장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립적으로 사는 것 보다는 군집으로 사는게 생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군집성을 보이는 까닭은 몸에서 분비되는 페로몬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중 하나로 ‘바퀴벌레 효과(cockroach theory)’란 게 있다. 굳이 바퀴벌레 효과란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바퀴벌레의 군집성에 착안한 듯하다. 바퀴벌레 한 마리를 봤을 때 더 많은 바퀴벌레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이다. 최근 우리증권은 이달의 투자 유망 종목으로 3분기 실적 호전주를 꼽았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경제지표에서 4분기 예상 실적으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이미 약발이 다된 3분기 실적 얘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바퀴벌레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즉 한차례 어닝 서프라이즈가 있었던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이를 반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관련 종목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이미 해운·조선·철강·자동차부품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바퀴벌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우리증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 IT산업에는 바퀴벌레 효과를 기대하기는 시기 상조인 모양이다. 먹구름이 잔뜩 낀 우리 경제에 서광이 비치고 IT산업에도 바퀴벌레가 군집하기를 기대해본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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