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4년만에 돌아온 피아니스트 백혜선

 힘이 넘치는 연주 덕분에 ‘장군의 딸’ ‘건반 위의 암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피아니스트 백혜선(39)이 한결 부드러워진 음색으로 4년만에 돌아왔다. 리스트(LISZT 1874∼1955)의 작품을 연주한 세번째 앨범 ‘사랑의 꿈’을 내고 전국 순회 독주회에 나선 것.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결혼도 하고, 두 아이의 엄마도 됐으니까요. 가족이 이렇게 큰 힘이 될지는 미처 몰랐어요. 뿌듯함이랄까, 안정감이랄까, 제가 음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거든요."

 그래서일까.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해맑은 미소는 여전하고, 얼굴에는 행복함과 여유가 그득하다. 보너스 음반으로 브람스와 슈베르트, 쇼팽의 자장가 6곡을 수록한 이유도 알 듯 하다.

 “특히 이번 앨범은 제게 음악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죠. 여자로서의 삶을 사느라 정신이 없던 시기, 음악은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활력소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제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죠.”

 현란하고 빠른 손놀림이 필요한 리스트를 선택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1994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에 입상한 후 30대 초반에 서울대 음대 교수로 부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평소에도 정면 충돌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그녀다운 결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리스트는 어렸을 때부터 가까이 했던 작곡가로 늘 제게 용기를 줍니다. 중학교 시절 `탄식`을 듣고 좋아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인지 리스트는 지난날에 대한 회상이자, 새 출발이었어요."

 그녀에게 리스트의 음악은 관대하고 풍부하며, 모험적이다. 어떤 이들은 겉만 화려하고 속은 비어있다고 평하지만, 그녀에게는 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환상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음악가다. 기교를 통해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는 멋이 있기 때문이다.

 “음반작업은 늘 어렵고 지치지만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할 때의 감흥은 남달라요. 좀 더 나이가 들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가족의 힘으로 음악과 연주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는 그녀.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인생에 대한 성찰에서 나온 이번 ‘사랑의 꿈’에는 ‘파가니니 대 연습곡집’과 ‘연주회용 연습곡’ 등이 담겨져 있다.

  독주회는 8일 부산 문화회관을 시작으로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14일 대구 문예회관, 16일 전주, 18일 천안 순으로 이어진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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