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안을 이야기하는 모임도 비자금을 건내는 첩보작전처럼(?)’
전경련회장단은 매월 ‘정례 회장단간담회’를 열고 경제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장님들의 모임’인 만큼 간담회 내용은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주말의 손길승 회장 사임과 강신호 회장 대행이 추대된 ‘10월 회장단간담회’는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됐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비밀에 붙여지다 보니 회의장소가 강남인지 강북인지 조차에도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비상식적 모습까지 연출됐다.
더욱이 전경련 홍보실의 대응은 그야말로 엽기적 수준이었다.
‘(회의장소가) 강북 모호텔이라는 것 같은데요’ ‘참석자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손길승 회장, 현명관 부회장 등은 참석하는게 분명합니다’ ‘일부에서는 강남의 모호텔이라는데요’ ‘저쪽(회의하는 쪽)에서 안가르쳐 주는데 우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확인해보니까) 후임 회장에 대해서는 오늘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 없답니다(밤 10시 20분)’ ‘강신호 회장으로 결정됐답니다(밤 10시 40분)’
사실 이번 간담회는 SK비자금 사태 등으로 두 번씩이나 연기된 끝에 성사된 것이다. “많은 회원사가 수사 대상에 올라있어 회장님들이 공개적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전경련 관계자의 말처럼 ‘전경련측의 입조심’은 당연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간담회는 필요이상으로 관심이 쏠렸고 혼란과 증폭이 거듭됐다. 조용히 치르고 싶어서 선택한 ‘비공개간담회’가 결국은 더 큰 사회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꼴이 됐다. 전경련측의 ‘애매한 태도’도 관심을 부채질했다.
회장단은 이날 ‘투명성제고 등 정치자금에 대한 제도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일체의 정치자금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장소가 ‘철저히 보안이 유지된 비밀장소’였어야 했는지. 어쩐지 이번 해프닝은 현재 재계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디지털경제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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