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중소 SoC업체 지원

 최근 들어 국내 중소 시스템온칩(SoC)업체의 어려움이 뭐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많다.

 답변으로 이것 저것 이야기할 것은 많겠지만 한마디로 표현하면 ‘규모의 경쟁력이 너무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DVD 플레이어 핵심 칩을 사업 아이템으로 하는 국내 한 SoC 벤처기업 사장이 개발한 제품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중국 DVD 생산회사를 방문했다. 3개월간 여러 번의 상호 방문 미팅으로 서로의 비즈니스 기본 사항을 충분히 이해, 교환하고 제품의 동작 상태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또 타 경쟁제품과 비교해 기능, 규격, 성능, 적용기술 지원, 가격, 납품조건 등 세세한 사항에 대한 검토가 대부분 진행 됐다. 결과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고 돌아와 좋은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팅의 마지막 시간에서 중국 회사는 회사의 전체 기술 인력 규모를 새삼스럽게 질문했다. 또 제품의 시장 품질 평가 결과 데이터를 요구하고 향후 5년간 제품 개발 로드맵을 주면 채용에 대한 최종 결론을 주겠다는 말을 던지고 미팅을 끝내자고 했다고 한다. 결국 중국 회사는 당장은 이 제품을 채택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벤처기업의 사장은 출장에서 돌아와 이런저런 돌파구를 검토하다 경쟁사보다 한 세대를 앞서 가기로 결심하고 복합 차세대 DVD SoC 제품 개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더 많은 기능이 하나의 칩에 복합된 제품이라 앞선 반도체 공정인 0.13um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와 협의를 시작하는데 파운드리에서 시제품 개발비로 80만달러를 요구했다.

 시제품 개발비 80만달러는 벤처기업엔 큰 부담이었다. 자금 여력이 될 때까지 다음 세대 제품 개발을 보류하던지 아니면 좀 시장규모가 작더라도 다른 소규모 SoC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던지 하는 결정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이 일화는 단순히 한 기업의 사장에만 국한한 내용이 아니다.

 많은 중소 SoC 기업 사장들은 시장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지만 좋은 제품을 다 만들어 놓고도 고객들로부터 써주겠다는 확답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또 경쟁사보다 앞서가는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기 위한 차기 제품의 개발인력을 운영하는 것도, 시제품 개발비도 큰 부담이라고 말한다.

 바로 규모의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SoC를 사용하는 고객입장에서 보면 소규모 신규회사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신뢰가 없다.

 한번 반도체를 채택하면 최소한 1년은 같은 배를 탄 사업의 동반자가 되고 차세대 사업, 차차세대 사업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3년 앞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SoC 중소회사의 경우 제품 하나를 달랑 들고 같이 사업을 하자고 떠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SoC사업은 규모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이다. 최근 SoC 관련 기업들이 구조적인 SoC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형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이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 마케팅과 공동 개발을 통한 제품의 로드맵 공유, 공동 브랜드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단일 SoC업체로는 갖기 어려운 규모의 경쟁력을 사업 컨소시엄을 통해 해결해 나가려는 전략이다. 이 컨소시엄의 최종 목표는 중소 SoC업계 대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이다. 규모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출발점에 이제 SoC기업들이 서있다.

 기업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외부의 지원도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최근 정부가 SoC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이끌 신성장동력으로 채택했다. 정부의 지원책도 사업의 대형화와 규모의 경쟁력 확보에 나선 중소 SoC업계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추진되길 기대해본다.

◆AISC설계회사협회 SoC워크컨소시엄 김용환 고문 yhkim@socwork.co.kr

브랜드 뉴스룸